남들보다 무릎을 많이 구부린 어드레스 하체 활용한 빠른 스윙스피드 이끌어내 접지력 높은 골프화도 하체 고정에 도움
조용하던 김민선(22)이 장타를 앞세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다. KLPGA 투어에서 김민선은 손에 꼽히는 장타자다. 175cm의 헌칠한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력과 강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힘의 골프로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김민선의 장타 본능은 프로 데뷔 직후부터 두드러졌다. 2014년 첫해 드라이브샷 평균거리에서 261.31야드로 6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252.57야드, 2016년에는 254.72야드로 약간씩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순위는 더 높아져 2위였다. 드라이브샷의 거리 측정은 18홀 경기 중 각각 전반과 후반 1개 홀에서 진행되고, 공이 페어웨이에 안착한 경우에만 반영되는 까닭에 편차가 발생한다.
평균거리가 줄었지만, KLPGA 투어에서 김민선보다 더 멀리 공을 보내는 선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닥공골프’의 대표주자 박성현(23)뿐이었다. 올해는 김민선의 천하가 왔다. 마침내 투어 최고의 장타자로 우뚝 섰다. 올 시즌 평균 263.42야드로 1위에 올라있다. 김민선의 장타는 시즌 첫 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23일 끝난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가 열린 경남 김해 가야골프장의 낙동·신어코스는 18홀의 길이가 6816야드에 달한다. KLPGA 투어가 개최되는 코스 중 가장 길다. 그만큼 김민선의 장타는 위력을 발휘했고, 가장 많은 버디를 적어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민선의 장타에는 몇 가지 비결이 있다. 스윙 자세를 살펴보면 키가 크다보니 어드레스가 불안해 보이는 단점이 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릎을 많이 구부려 엉거주춤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2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높은 자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훅(왼쪽으로 휘어지는 구질)과 같은 미스샷을 예방하고, 그 다음으로는 하체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더 강한 스윙을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독특한 어드레스는 ‘김민선표 장타’의 기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체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자세를 만들어내면서 하체를 활용한 빠른 스윙스피드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골반과 하체의 움직임이다. 큰 키로 인해 스윙 중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는 단점을 안고 있지만, 스윙하는 동안 골반을 좌우로만 회전시킴으로써 하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스윙의 축을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다. 즉, 상체가 아니라 하체로 힘을 생산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신 해설위원은 “김민선의 스윙 자세를 보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릎이 많이 구부러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가 엉성해 보여도, 오히려 장타를 만들어내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골퍼들은 남성골퍼들에 비해 하체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특히 신체구조상 엉덩이 부분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어 강한 임팩트나 스피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민선은 자세를 낮춤으로써 하체를 활용해 힘을 쓰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덕분에 스윙의 크기가 작은 상태에서도 훨씬 강한 힘과 스피드를 만들어내 장타를 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비밀도 있다. 하체의 움직임을 중시하는 김민선은 골프화 선택에도 신중하다. 스윙이 진행되는 동안 하체를 안정적으로 고정시켜줄 수 있는 골프화를 선호한다.
김민선이 신고 있는 골프화는 나이키의 루나 컨트롤 베이퍼다. 뛰어난 지지력과 우수한 쿠셔닝이 특징이다. 미끄러운 눈 위를 안전하게 달리는 스노모빌의 바퀴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된 ‘블레이드 스파이크’ 시스템은 특정 부위에만 스파이크가 달린 기존의 골프화와 달리 밑창 전체에 걸쳐 수십 개의 일체형 트랙션을 배치해 접지력을 높였다. 이는 김민선처럼 좀더 낮고 균형 있는 스윙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스윙의 폭발력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낸다.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최고의 장타자로 발돋움한 김민선이 2017시즌을 어떤 성적으로 마감할지, 벌써부터 골프팬들의 궁금증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