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고척 두산-넥센전. 두산 투수 김명신(24)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아픈 경험을 했다. 1회 넥센 김민성의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얼굴을 강타 당했다. 깜짝 놀란 김민성의 발걸음이 1루가 아닌 마운드를 향했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명신은 얼굴 왼쪽 광대뼈 3군데가 골절됐다. 27일 성형외과 정밀검진결과 안면부 골절과 함몰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다음달 2일 서울 삼성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 눈과 턱의 움직임에는 이상이 없고 시력도 정상이다.
투수를 향하는 타자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살인무기나 다름없다. 과거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몇 차례 발생했는데, 1999년 7월 10일 대전 쌍방울-한화전에서 쌍방울 투수 김원형이 한화 장종훈의 타구에 얼굴을 맞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종훈이 아예 1루를 포기하고 마운드로 달려가 김원형의 상태를 살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김원형은 광대뼈 세 군데가 함몰되고 코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를 만났다. 혹여 아픈 기억이 떠오를까 우려해 양해를 구했고, 김 코치는 흔쾌히 “괜찮다”며 사고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김명신의 부상에 대해서도 “맞아본 사람만 안다”고 마치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 두려움 지우는 데 3년…정말 힘들었다
애초 타구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부상 이후 달라졌다. 투구폼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듬해인 2000년 29경기에서 2승(13패5세이브)에 그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렇게 맞고 나니 바깥쪽 직구를 던지기가 두려워지더라. 몸쪽 공은 빨리 대처하면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는데, 바깥쪽 공은 배트의 헤드에 정확히 맞으면 (투수) 정면으로 강한 타구가 많이 날아온다. 잠시 투구 모션 자체가 짧아졌다. 투구 직후 수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하니 내 팔스윙이 안 됐다. 1년이 넘도록 그랬다. 바깥쪽 직구를 가장 자신 있게 던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볼 회전 등 투구 매카닉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말 힘들었다.”
김 코치는 “마운드에 오르는 두려움을 완전히 지우기까지 3년은 걸렸다”고 돌아봤다. 1999년 결혼에 골인한 것도 두려움을 떨쳐낸 계기 중 하나다. “마침 그해에 결혼을 했다. 직업이 있고, 또 가정을 이끌어가야 하니 두려움이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두려움이 사라지더라. 그래도 두려움을 완전히 지우기까지 3년은 걸렸다.” 김 코치는 2001년 9승(9패)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고, 이후 2010년까지 2차례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는 등 64승을 더 따냈다. 통산 134승으로 28일 현재 KBO리그 역대 최다승 5위다.
● 김명신 안타까워…절대 공에서 눈 떼지 말라
김 코치는 “김명신의 부상 장면을 봤다. 정말 안타깝다”는 말부터 했다. 표정에 근심이 가득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대처법을 전할 때는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끝까지 공에서 시선을 떼지 말라”고 강조했다. “투구 직후 포수 미트에 공이 들어가거나 타자의 배트에 맞는 것까지 봐야 한다. 나도 그때 못 봐서 사고가 났다. 우리 투수들에게도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갈 때까지 눈을 떼지 말라’고 강조한다. 끝까지 공을 확인하는 것도 매카닉의 일부다. 잠시 시선을 뗐는데, 정면으로 타구가 날아오면 피할 수도 잡을 수도 없게 된다. 동물적인 감각과 순발력은 개인차가 있지만, 자기가 던진 공에서도 눈을 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김 코치는 “타구에 맞는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장비가 발전하면서 타구는 더 강해지고 빨라졌다”면서 “투수들도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몸이 생명이다. 투수들에게 맨손으로 땅볼 타구를 잡으려 하는 것도 지양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훈련을 통해 익혀야 할 부분도 많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진심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