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선두 FC바르셀로나(바르사)와 최하위 CA오사수나의 경기가 열린 바르사의 안방 경기장. 예상대로 바르사가 크게 앞선 후반 22분 바르사의 수비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3·사진)가 6-1을 만드는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자 벤치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엉덩이를 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라운드의 동료들은 마스체라노를 향해 달려가 껴안았고, 벤치에 있던 일부 선수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선두 팀과 꼴찌 팀 간에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점수 차를 더 벌리는 페널티킥 골에 대한 반응으로는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정작 골을 넣은 마스체라노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바르사 선수들이 보인 반응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페널티킥 골은 마스체라노가 바르사 유니폼을 입고 7시즌 만에 처음 맛본 프리메라리가 데뷔 골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에서 뛰다 2010∼2011시즌 바르사로 이적한 마스체라노는 프리메라리가 194경기를 포함해 바르사 소속으로 출전한 319번째 경기 만에 첫 득점을 기록했다. 마스체라노의 포지션이 수비수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7시즌 무득점은 드문 일이다.
이날 마스체라노와 함께 풀타임을 뛴 동료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이번 시즌 2골을 포함해 9시즌 동안 리그에서만 21골을 넣었다. 하지만 마스체라노는 바르사 이적 후 매 시즌 리그에서 25경기 이상을 뛴 주전인데도 골과는 인연이 없었다. 아르헨티나 현역 국가대표인 마스체라노는 이번 시즌에도 선발 출전 20차례를 포함해 리그 23경기에 나섰다.
이날 페널티킥 기회는 ‘수비 콤비’인 피케의 주도로 마스체라노에게 주어졌다. 스페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케가 동료 선수들과 의논한 뒤 마스체라노에게 기회를 주자고 엔리케 감독에게 요청했고 감독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비수에게 페널티킥 기회를 주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바르사에서 페널티킥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리오넬 메시는 이미 교체돼 벤치로 물러난 상태였지만 안드레 고메스와 파코 알카세르 등 킥이 정교한 선수들이 남아 있었다. 메시와 고메스, 알카세르가 2골씩 넣은 바르사는 7-1의 대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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