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명가’ FC서울의 요즘은 우울하다.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선 조별리그 5경기 만에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쳤다. 경기 내용까지 실망스러워 깊은 한숨만 나왔다. 다양한 변화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대구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8라운드 원정경기는 서울로선 몹시 중요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초라한 퇴장의 여파를 최소화하려면 무조건 승점 3점을 확보해야 했다. 서울 황선홍 감독은 “모든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 한다. 아픔을 잊기 위해 승리가 필요하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홈팀도 호락호락 안방을 내줄 리 없었다. 대구 손현준 감독은 “수비와 미드필드의 폭을 좁히는 축구로 상대를 괴롭히겠다. 서울이 잘하는 부분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창무-레오-세징야 등 공격 3총사가 부상, 경고누적 등의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하나로 뭉친 대구는 강했다. 경기를 앞두고 황 감독이 최대 숙제로 꼽은 ‘역동적이고 활발한’ 축구는 이날도 보이지 않았다. 대구 외국인 공격수 에반드로에게 전반 36분과 후반 15분 연속골을 내주며 허물어졌다. 후반 36분 박주영의 페널티킥 만회골로 영패를 모면했을 뿐, 모든 것이 부족했다. 쓰리백과 투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가 후반 포백 전환으로 스스로 혼란에 빠진 서울을 상대로 과감히 맞불을 놓으며 2-1 승리를 거둔 대구(2승3무3패·승점 9)는 중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확보했다. 경기 후 손 감독은 “늘 기회를 기다리고 준비한 대체 자원들이 정말 잘해줬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완벽하게 대비했다”며 기뻐했다.
공교롭게도 8라운드에선 유독 이변이 많았다. 이날 광주FC는 개막 7경기 연속무패(5승2무)를 달려온 선두 전북현대를 전반 추가시간 터진 여봉훈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꺾었고, 수원삼성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겨 두 자릿수 승점(11점·2승5무1패)을 신고했다. 전날(29일)에도 전남 드래곤즈가 강원FC를 안방에서 2-1로 잠재웠고, 상주상무 역시 적지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2-1로 눌러 절대강자가 없는 판도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