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외국인투수 잭 페트릭(28)은 올 시즌 외국인선수 중 ‘최저 몸값’(45만달러) 투수다. 최근엔 흔해진 메이저리그 경력조차 없는 그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서 해외리그를 처음 경험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페트릭은 영입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본에서도 15경기(선발 7경기)서 3승2패 방어율 5.51로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다. 다양한 변화구와 좋은 제구력을 가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강속구 투수가 아닌 만큼 KBO리그에서 통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지난해 외국인선수 3명이 모두 1군에서 사라지는 등 용병 때문에 1년을 망친 삼성으로선 올해 새 외인들의 활약이 절실했다. 그런데 1선발로 기대하고 105만달러를 안긴 앤서니 레나도가 가래톳 부상으로 개막 직전 이탈한데다, 110만달러짜리 전직 빅리거인 외국인타자 다린 러프도 계속되는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100만달러를 넘게 주고 데려온 용병들은 없지만, 페트릭은 1군에서 외롭게 고군분투 중이다. 레나도 대신 개막전 선발로 나선 페트릭은 이후 로테이션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6경기에 나섰다. 등판일자도 정확히 5일 간격을 지키면서 삼성의 1선발 역할을 해내고 있다.
2번째 등판이던 6일 잠실 LG전(5.1이닝 4실점 3자책)에서만 6회를 채우지 못했다. 무너진 삼성 마운드에서 선발로 제 몫을 해내며 과부하를 막아내고 있다. 6일 경기와 12일 대구 한화전(7.2이닝 5실점)을 제외하고 4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할 정도였다.
부진한 팀 사정 탓에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으나, 29일 대구 SK전에서 6이닝 1실점의 쾌투로 첫 승을 신고했다. 팀도 8연패를 끊어내면서 모처럼 동료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페트릭은 “그동안 승리는 없었지만 계획한대로 잘 던져왔다.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승리가 없는데 대해 스트레스는 없다”고 밝혔다.
1선발 레나도의 부재로 인한 압박감은 없을까. 그는 “솔직히 부담은 없다. 올 시즌을 위해 준비를 잘 해왔고, 매일 경기에 나가는데 집중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팀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고 답했다.
페트릭은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등 좌우로 휘는 변형 패스트볼에 강점이 있다. 여기에 스플리터와 커브 등 스피드가 떨어지는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섞으면서 한국 타자들을 상대해 나가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던져본 게 자신감이 되긴 한다.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이 내 장점인 건 맞다. 오프 스피드 피치가 스트라이크존 걸쳐서 들어갈 때,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이 위력적일 수 있다. 내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항상 느린 변화구를 생각하고 던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