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올 시즌 초반 행보는 ‘롤러코스터’에 비유될 만했다. 5연패 후 5연승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한 듯했지만, 곧바로 6연패에 빠졌기 때문이다. 타선의 기복이 심했고, 110만달러를 들여 데려온 외국인투수 션 오설리반은 3경기에서 2패, 방어율 15.75의 처참한 성적만 남긴 채 2군행을 통보받았다.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타선이 침묵하면 승리는 요원했다.
그러나 6연패 이후 넥센의 행보는 그야말로 장밋빛이다.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5-4의 승리를 거두며 4연승에 성공했다. 이 기간에 모두 토종 선발투수가 중심이 돼 승리를 따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27일 고척 두산전 최원태(8이닝 3실점)를 시작으로 28~30일 대전 한화 3연전에서는 신재영(28일·8이닝1실점)~조상우(29일)~양훈(30일·이상 5이닝1실점)이 차례로 선발승을 따냈다.
넥센으로선 토종 선발투수가 4연승을 거뒀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앤디 밴 헤켄과 오설리반의 외국인선수 2명 모두 엔트리에서 빠진 상태, 시즌 전 이들과 신재영의 1~3선발을 제외하면 모두 상수보다 변수에 가까웠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8승2패(승률 0.800)를 거둔 20일 인천 SK전부터 30일까지 넥센 선발진의 성적은 7승1패, 방어율 2.17(62.1이닝 15자책점)이다.
이 기간에 토종 선발진(신재영~조상우~최원태~한현희~양훈)이 거둔 성적은 더욱 놀랍다. 6승1패, 방어율 1.58(57.1이닝 10자책점)로 흠 잡을 데가 없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내로 막아내는 것)는 총 6회. 한때 0.313(5승11패)까지 떨어졌던 팀 승률을 정확히 0.500(13승13패)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2연승~패배~2연승~패배~4연승의 흐름도 시즌 초반 롤러코스터와 정반대다. 선발진이 안정되니 투수전 양상의 경기도 잡아내는 힘이 생겼다. 이는 넥센 장정석 감독이 가장 바랐던 부분이기도 하다.
장 감독은 “외국인선수들의 부진에 따른 문제가 해소되면 5월에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요즘 들어 우리 선수들은 강하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나만 잘하면 될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선발진이 안정되고 수비력이 살아나면서 팀이 크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생긴 것이다. 그 와중에 이뤄낸 토종선발 4연승은 넥센의 안정세를 증명하는 한 단면이다. 이는 팀 창단 첫해인 2008년 6월27일 목동 LG전부터 7월2일 광주 KIA전까지 장원삼(현 삼성)~마일영~이현승(현 두산)~황두성이 4연속경기 선발승을 따낸 데 이어 2번째 기록이다. 장 감독도 경기 후 “선수들이 고생 많았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