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은 심판이 선수한테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다. 왜냐하면 선수는 퇴장을 당하면 만회할 기회 자체가 소멸되고, 상황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심판이 퇴장 콜을 발동하는 사유는 천차만별이다. 물론 규정에 근거할 것이다. 그러나 규정을 행사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인 심판이다. 그래서 퇴장의 기준은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있고, 당한 자와 매긴 자의 관점은 늘 미묘하게 엇갈린다.
롯데 이대호(35)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KBO리그 첫 퇴장을 당했다. 4회 포수 앞 땅볼 아웃될 때, 타구가 파울이라 항의하다 감정이 고양됐다. 이대호는 덕아웃에 헬멧을 던졌는데, 심판진은 이것을 불복 표시라 여긴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30일 두산전에 앞서 “찬스를 살리지 못한 나 자신한테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왜 헬멧을 던졌는지는 양심의 문제다. 심판진이 검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오히려 정황 상, 갈등을 증폭시킨 원인은 헬멧을 던진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후의 언쟁이었다. 심판진이 행위의 고의성을 지적했고, 이대호는 이를 위압적이라고 받아들였다. 순간적으로 양 측이 물러설 없는 ‘기 싸움’ 양상을 띠었다.
퇴장 하루 뒤인 30일 이대호가 풀어놓은 말들은 결국 소통의 아쉬움으로 집약된다. 심판진이 냉정하게 의도를 물어봤다면 감정소모 없이, 오해를 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대호로서는 KBO 선수들의 대표 격으로서 심판진의 ‘권위의식’에 저항한 측면도 있다.
반면 심판진은 이대호가 심판의 ‘권위’에 도전한 것으로 봤다. 30일 잠실에서 만난 원로심판은 “문동균 구심이 연차가 오래 되지 않아 바로 퇴장을 시키지 않은 것이 실책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박종철 3루심의 퇴장 선언도 절차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대호 퇴장의 본질은 파울이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선수와 감독은 심판 앞에서 구조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소위 ‘갑질’을 당할 수 있다는 피해의식을 안고 산다. 반면 심판진은 ‘권위’를 지키지 못하면 야구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책무 비슷한 감정을 내세운다. 단호함과 유연성 사이에서 위태로운 외줄타기가 거듭될 수밖에 없다. 지향점이 다른 이상, 봉합은 될지언정 근본적 해결은 난망하다. 이대호 퇴장의 적합성 여부에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