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8라운드는 ‘반란’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7라운드까지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던 하위권 팀들이 일제히 강호들의 덜미를 낚아챘다. 상위권의 전북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등이 광주FC, 수원삼성, 상주상무, 대구FC에 무릎을 꿇었다. 아직까지 1승도 못 올린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를 제외하고 1위 전북부터 11위 강원FC까지 승점 9점차에 불과하다.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판도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 변수
장기 레이스를 매 경기 100% 전력으로 치르는 팀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축구에선 부상자가 속출하고, 퇴장과 경고누적 등의 징계로 인해 이탈자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광주와 대구는 ‘변수’를 지배한 케이스다. 전북은 광주 원정에서 베테랑 미드필더 신형민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데다, 풀백 이용은 전반 12분 부상으로 교체됐다. 광주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2011년 창단 이후 전북전 첫 승은 그렇게 탄생했다. 대구의 상황은 달랐다. 오히려 불리한 입장이었다. 외국인 공격진이 뛰지 못했다. 대구는 24세 이상 선수만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당황한 쪽은 서울이었다. 우왕좌왕하다 허물어졌다.
● 일정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을 다녀온 팀들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고온다습한 기후의 상하이 상강(중국) 원정에서 돌아온 서울은 곧바로 이어진 대구 원정에서 확실히 지친 모습을 보였다. 조별리그 탈락의 후유증도 있었겠지만, 컨디션 난조의 영향도 상당했다.
제주는 중국 난징에서 장쑤 쑤닝을 꺾었다. 그러나 악화된 한중관계로 촉발된 항공편 문제로 여러 차례 경유하는 수고를 겪어야 했다. 피로가 쌓였다.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주중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패한 수원은 당시 “스케줄이 혹독하다”고 불평했지만, 제주 원정에서 큰 이득을 얻었다. 일정이란 변수는 3일 일제히 열릴 9라운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월 초 황금연휴가 원정팀의 이동길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날씨
미처 봄기운을 느낄 새도 없이 여름이 성큼 찾아왔다. 지난 주말 낮 전국은 때 아닌 무더위에 휩싸였다. 클래식 8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지역 대부분이 섭씨 25도를 웃돌았다. 광주-전북전이 펼쳐진 광주월드컵경기장은 27도, 대구-서울전이 열린 대구스타디움은 31도였다. 또 제주-수원전이 치러진 제주종합경기장도 26도로 올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찍었다. 또 전국적인 건조주의보와 미세먼지 등은 관중의 야외활동뿐 아니라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