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전 21점 투혼, 삼성 격파 앞장… KGC에 창단 첫 통합우승 안겨줘
“아무리 아파도 쌍둥이 보면 웃음”
이정현, 종료 2초전 극적 결승골… 양희종은 고비마다 3점포 8개나
KGC의 ‘기둥’ 오세근(30)은 팀을 탄탄히 지탱했고, ‘심장’인 주장 양희종(33)은 동료들에게 열정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해결사’ 이정현(30)은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와 삼성의 2016∼2017 KCC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6차전. 경기 종료 5초 전까지만 해도 양 팀은 86-86으로 맞섰다. 작전타임 때 이정현은 김승기 KGC 감독(45)에게 “저를 믿어주세요. 제가 (일대일 공격으로) 해결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이정현 손끝에서 승패가 갈렸다. KGC는 마지막 공격에서 이정현(13득점)이 종료 2초 전 과감한 돌파에 이은 골밑 슛을 터뜨려 88-86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구단 역사상 첫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이 확정된 순간 KGC의 핵심인 ‘국내파 3인방’ 이정현 오세근 양희종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이정현은 결승골이 셋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희종이 형이 상대 선수를 외곽으로 끌고 나가서 내가 일대일 공격을 하기 편하게 만들어줬다. 세근이는 골밑을 지켜서 상대가 블록슛을 할 수 없게 막아줬다”고 말했다.
이날 KGC 공격을 주도한 선수는 ‘부상 투혼’을 보여준 오세근이었다. 4차전에서 왼손 중지와 약지 사이가 찢어져 8바늘을 꿰맨 그는 5차전에서는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맞아 흉골에 실금이 갔다. 이날 가슴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오세근은 21득점 7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그는 기자단 투표 87표 중 77표를 받아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신인 때인 2011∼2012시즌 이후 두 번째 플레이오프 MVP에 오른 그는 2007∼2008시즌 김주성(동부)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에 정규리그와 올스타전, 플레이오프 MVP를 모두 석권한 선수가 됐다.
오세근은 프로 데뷔 시즌(2011∼2012시즌)에 KGC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지만 다음 시즌부터 발목 부상 등에 시달리면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는 지난해 태어난 쌍둥이 남매와 아내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챔프전 기간 중에 쌍둥이가 태어난 지 200일을 기념하기 위해 잠시 자택에 다녀온 그는 ‘쌍둥이만 보고 오면 아픈 것도, 힘든 것도 잊은 채 웃게 된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이날 MVP로 선정된 후 굵은 눈물을 보인 오세근은 “5년간 롤러코스터 같은 농구 인생이 생각나 눈물이 났다. 쌍둥이가 태어나고 아빠이자 남편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져 더 간절히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에 동점과 역전을 허용할 때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선수는 양희종(24득점)이다. 수비력이 장점인 그이지만 이날은 3점 슛만 8개를 터뜨렸다. 삼성이 평소 득점력이 떨어지는 자신의 수비를 느슨하게 하는 틈을 노려 과감하게 외곽포를 터뜨린 것이다. 양희종은 “나는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그는 득점을 성공시킨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분위기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한편 김승기 감독은 프로농구 역대 최초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우승 확정 후 오열한 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고생하신 부모님과 아내 생각에 눈물이 났다. 나를 잘 따라와 준 선수들과 코치 시절 좋은 스승(전창진 전 감독)에게 잘 배운 덕분에 우승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