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몰락 바라보는 타 팀 감독들의 시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12일 05시 30분


삼성이 올 시즌 참담한 부진에 빠지자 삼성을 상대해야 하는 다른 팀 감독들까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마음은 안타깝지만 삼성전 1패는 그 이상의 데미지를 입을 수 있어 더욱 총력전을 기울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이 올 시즌 참담한 부진에 빠지자 삼성을 상대해야 하는 다른 팀 감독들까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마음은 안타깝지만 삼성전 1패는 그 이상의 데미지를 입을 수 있어 더욱 총력전을 기울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의 추락은 김한수 감독이 제어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단계다. 연전연패 와중에 당사자 김 감독도 죽을 맛이겠지만 삼성을 상대하는 팀의 수장들도 곤혹스럽다. 약육강식 정글에서 동정이란 사치다. 약팀을 만날수록 철저히 1승 제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맨쉽의 등판 일정을 조정해 삼성전에 투입하지 않은 NC 김경문 감독의 방식이 이례적이다.

승부세계에도 ‘미학’이란 것은 존재한다. 이겨야하지만 ‘이렇게까지 이겨야 하는가’라는 자괴감이 생기는 것은 감독도 감정을 지닌 존재인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내밀한 사적인 자리에서 삼성을 걱정하는 얘기를 듣기란 어렵지 않다. KBO리그의 균등 발전을 위해서도 승률 2할조차 위태로운 팀이 있다는 현실은 건강하지 못하다.

A팀 감독은 사견을 전제로 “트레이드라도 해주고 싶은데 먼저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트레이드는 고도의 절차를 밟아야 성사된다. 감독 혼자 심정적으로 특정팀을 돕고 싶다고 마음대로 될 일도 아니다. 여기서 방점은 그럼 마음이 들 정도로 삼성의 형편이 애처롭다는 것이다.

야구인 B는 “김한수 감독이 무슨 잘못이냐? 선수가 없는데 도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삼성의 멤버로는 어떤 감독을 갖다놔도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업자로서 초보사령탑 김 감독이 겪는 고충이 남 일 같지 않다는 뜻일 터다.

C팀 감독은 “삼성은 트레이드나 리빌딩을 하려고 해도 자원이 없다”고 냉정히 평했다.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될지 모를 정도로 팀이 처한 상황이 열악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책임을 지고, 팀 혁신에 앞장설 주체가 딱히 보이지도 않는다.

둘러싼 환경이 워낙 엄혹하다보니 공식적인 자리에서 감독들은 삼성에 관한 언급조차 꺼리고 있다. 마음은 안타깝지만 삼성에 내주는 1패의 데미지가 순위싸움에서 치명적이게 되어가고 있기에 더 필사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 KBO 차원에서 삼성을 구제해줄 방편을 마련할 어떤 명분도 없다. 권투와 달리 야구는 중간에 수건을 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삼성의 2017시즌은 잔인하기만 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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