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봄과 여름에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리는 고교야구 전국대회는 국민적 행사다. “겨우 고교 스포츠일 뿐인데 왠 난리냐”는 지적도 있지만 고향 학교를 응원하고, 고교 야구 선수의 온몸을 던지는 플레이는 감정을 몰입하게 만들고 주목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지금 일본 고교 야구를 빛내는 위풍당당한 왼손 타자가 주목받고 있다. 도쿄의 명문 와세다(早稻田) 실업 고교 3학년 기요미야 코타로(淸宮幸太郞)다.
스포츠신문들은 5월 연휴 중, 기요미야의 연습 경기까지 밀착 취재했다. 그가 공식전과 연습 경기를 합쳐 고교 통산 92호 홈런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과거 최고는 107개다. 기요미야가 올 여름 고시엔 대회까지 그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야구 소년은 과거 와세다 대 럭비부 감독을 맡는 등 럭비계의 명장으로 알려진 기요미야 카츠유키(淸宮克幸) 씨의 장남이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키가 180㎝를 넘었다고 한다.
기요미야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발언도 당당하다. 2년 전 1학년 때 주전을 맡아 여름 고시엔 대회에 출전했을 때였다. 그는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기대치에 맞는 활약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전까지는 보는 사람에서 보여주는 쪽(선수)이 돼 영광”이라고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열심히 하겠다(がんばります)’같은 당연한 것은 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남과 같은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야구에서도 말하는 것에서도 돋보이고 싶다”라고 말하는 기요야마다. 스타성까지 갖춘 셈이다.
그의 인기는 고교 야구 대회를 나이트 게임(밤 경기)으로 열 정도다. 와세다 실업고교가 출전한 춘계 도쿄도 대회의 결승(4월 27일). 혼잡을 예상한 도쿄도 고교 야구 연맹은 수용 인원이 많은 진구(神宮) 구장을 준비했다. 낮에 대학 야구가 열리는 관계로 오후 6시에 경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날 야구장에는 실제로 2만 명의 야구팬들로 메워졌다. 경기는 연장전 끝에 와세다 실업고교가 18대 17이라는 장렬한 타격전으로 승리했다. 기요미야는 팬들 앞에서 2홈런을 터뜨렸다. 경기가 오후 10시 넘어 끝나면서 고교생의 시합이 밤늦게까지 진행된 것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과거 ‘초고교급’ 이라는 고시엔 출신 야구 선수로 기요하라 가즈히로(淸原和博)와 마쓰이 히데키(や松井秀喜)가 있다. 기요하라는 PL학원 고교 졸업 후 프로 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에서 통산 525홈런을 쳤다. 마쓰이는 세이료(星稜) 고교를 나와 요미우리에서 332개의 홈런을 친 뒤 메이저리그로 건너가 뉴욕 양키스 등에서 175홈런을 기록했다. 둘의 최근 인생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기요하라는 지난해 각성제 단속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마쓰이는 양키스의 특별 고문으로 순조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다. 기요미야는 이 두 선배의 야구 실력과 비교 대상이 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요미야는 머지않아 프로에 데뷔할 것이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등에서 한국 투수진과 만날 수도 있다. 그의 이름을 한국 야구팬들도 알아두면 더욱 야구가 재미있어질 듯 싶다.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대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