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1990년생 동갑내기 허경민(27)과 박건우(27)는 지난해 데뷔 후 최고 활약으로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허경민은 외국인 3루수들의 높은 벽을 깨고 붙박이 주전을 확보했고, 박건우는 팀 선배였던 ‘김현수 백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20대 창창한 나이에 공수주에서 타고난 재능을 갖춘 만큼 둘을 향한 기대감은 올해 들어 더욱 부풀어 올랐다. 허경민과 박건우가 지난해처럼 내·외야에 걸쳐 활력을 불어넣는다면 두산의 막강타선이 가라앉을 확률은 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부담감을 짊어진 탓일까. 두 동갑내기는 시즌 초반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함께 어려움을 겪었다. 박건우의 경우 지난달 2군에 다녀올 정도로 페이스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12~14일 주말 사직 3연전이 열리기 전까지 허경민과 박건우의 초반 성적은 각각 32경기 타율 0.245 12타점, 24경기 타율 0.253 6타점.
사직에서 만난 허경민과 박건우는 그러나 우울함보다는 웃음을 무기로 함께 부진탈출에 나선 모습이었다. 틈이 날 때면 꼭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허경민은 “최근 함께 슬럼프에 빠져서 장난삼아 우리 둘 다 못 쳐서 다행이라고 웃는다”고 농담을 건네고는 “힘들 때일수록 서로 꼭 붙어있는다. 최근 동반 슬럼프 땐 함께 야구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건우 역시 “(허)경민이 말이 모두 맞다”면서 웃으며 동의를 표했다. 때론 장난기 넘치지만, 야구 앞에선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타격 상승세를 불러왔다. 둘은 12일 우천취소 이후 다음날 롯데전에서 나란히 3안타씩을 때려내 팀 승리를 이끈 뒤 14일에도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추가해 완연한 상승세를 선보였다. 두 엔진이 살아나자 두산은 공격에서 어느 때보다 쉽게 실타래를 풀어나가며 이틀 연속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