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회 동아일보기 대회 사상 처음… 여자는 최강 NH농협은행 2번 눌러
7만8000명 인구에 동호인 500명… 초중고 팀 있어 체계적 육성도 가능
13일 경북 문경에서 열린 제95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남녀 일반부 단체전 결승에서 동반 우승을 차지한 문경시청 선수들이 주인식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문경=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나이스 볼.” “문경 파이팅.”
코트에는 응원 함성이 쉴 새 없이 메아리쳤다. 너무 시끄러워 옆 사람과 대화하기도 힘들었다. 소음도를 측정해 보니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소리인 100데시벨(dB)에 육박했다. 제95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남녀 일반부 결승이 열린 13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 풍경이다.
이날 문경시청은 사상 처음으로 남녀 팀이 모두 결승에 올라 동반 우승까지 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남자팀은 2년 만의 정상 복귀였고 여자팀은 대회 첫 우승이었다. 23년째 문경시청 남녀 팀을 이끌고 있는 주인식 감독은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이번 대회가 ‘문경의, 문경에 의한, 문경을 위한’ 무대가 된 배경에는 문경시의 남다른 정구 사랑이 있었다. 문경시 인구는 7만8000여 명이지만 생활체육 정구 동호인만 500명이 넘는다. 김성년 문경시정구협회장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경시내 정구 코트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인구 149만 명인 광주의 정구 동호인은 200명 남짓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정구 인기가 높다 보니 엘리트 선수 육성에 대한 문경시의 관심도 크다. 문경시는 1994년 시청 남자 정구팀을 창단한 뒤 2009년 여자팀까지 출범시켰다. 국내 실업정구 팀 가운데 남녀 팀을 모두 보유한 경우는 문경시청과 인천시체육회뿐이다.
문경시에는 초중고교 남녀 정구팀이 있어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가능하다. 문경시청 남녀 선수 14명 중 7명이 문경에서 초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주 감독은 선수들을 어릴 때부터 눈여겨본 뒤 개인 특성을 살린 맞춤형 지도로 효과를 봤다. 수원시청과의 결승에서 2승을 챙긴 김재복은 문경 출신 첫 국가대표 선수였다. 김재복은 “고향에서 큰 영광을 누렸다”고 기뻐했다.
특히 문경시청 여자팀은 이번 대회 예선과 결승에서 통산 36회 우승에 빛나는 최강 NH농협은행을 두 차례나 꺾었다. 김희수 문경시청 여자팀 코치는 “농협을 두 번 이긴 건 행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남자팀과 함께 훈련하면서 강한 스트로크 대처 능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주 감독과 김은수 김희수 코치가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즐기면서 하라”는 것이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 참여와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안성시청에서 이적한 국가대표 송지연은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 덕분에 태극마크도 달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년 회장은 “대회 때 1000명 넘는 외지인이 문경을 찾아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 ‘정구 메카’를 지향하는 문경시 지원으로 정구장 리모델링 예산 10억 원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14일 남자 일반부 복식에서는 순천시청 김동훈-전승용 조가 우승했다. 여자 일반부 복식 결승에서 DGB대구은행 이선경-남혜연 조가 2015년 챔피언인 강호 김지연-고은지 조(옥천군청)를 4-3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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