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 공수 맹활약으로 MVP에 올랐던 두산 포수 양의지는 우승 비결을 놓고 이색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강력한 원동력으로 꼽혔던 ‘판타스틱4’ 혹은 물샐틈없는 타선이 아닌 외야수 김재환(29)의 수비력을 언급한 것이다. 양의지는 “김재환이 한국시리즈에서 수비를 그렇게 잘해줄 줄 몰랐다. 덕분에 쉽게 완승(4전전승)을 거뒀다”며 동료의 깜짝 활약을 치켜세웠다.
양의지의 설명처럼 김재환의 수비능력엔 늘 물음표가 따랐다. 지난 시즌 전까지만 해도 1군 외야경험이 사실상 일천했기 때문이다.
인천고 출신의 김재환은 2008년 포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라는 지명순번이 말해주듯 일발장타를 갖춘 좌타포수라는 점이 단연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1군 장벽을 뚫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년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1루와 외야를 전전했다. 2016시즌만 하더라도 김재환의 KBO 등록 포지션은 지금의 외야수가 아닌 내야수였다.
오랜 두드림 끝에 지난해 알을 깨고 나온 김재환은 특유의 장타력을 뽐내며 단숨에 4번타자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완벽한 야수라고 보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수비력이었다. 지난해 김재환이 그라운드에서 저지른 실책은 모두 5개. KBO리그 전체 외야수 가운데서 공동 3위에 오를 만큼 적지 않은 개수였다. 물론 두산이 그에게 빈틈없는 수비를 바란 건 아니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시즌 종종 “김재환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 외야로 간지 몇 개월 됐다고 벌써부터 국가대표급 수비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며 그를 감쌌다.
김재환은 외야 2년차를 맞는 올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잔실수는 찾아볼 수 없게 됐고, 타구판단과 상황파악 역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다. 16일 잠실 NC전에서 나온 6회초 보살은 성장을 스스로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0-2로 뒤진 6회 2사 2루에서 김재환은 손시헌의 좌전안타 타구를 글러브로 품은 뒤 곧바로 홈에 던져 2루주자 이재율을 단숨에 잡아냈다. 포수 출신으로서 갈고 닦은 강한 어깨는 물론 매끄러운 수비 동작 모두 인상적이었다.
‘완전체 야수’로 향하는 김재환의 발걸음은 두산으로서도 반갑다. 2015년 KS 우승 당시 김현수~정수빈~민병헌의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잇는 김재환~박건우~민병헌의 막강 외야진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산의 팀컬러이기도 한 빈틈없는 수비의 2017년 최신판이 눈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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