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A매치가 열릴 때면 ‘○○○ 시프트’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특정선수 누군가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팀 전술과 전략이 바뀌는 경우다. 물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과거 박지성(은퇴)이 그랬고, 지금은 손흥민(토트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을 앞두고 결전지 전주에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신태용(47) 감독의 U-20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1일부터 최종 강화훈련을 소화해온 최종 엔트리 21명 중 골키퍼 3명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18명을 두루 대입시켜도 ‘시프트’가 가능할 정도다.
사실상 선수 전원이 2가지 이상의 포지션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다. 최종 엔트리 선정을 염두에 두고 25명을 소집한 4월 훈련에 앞서 신 감독은 “서로 비슷한 실력이라면 ‘멀티 활용도’에 높은 점수를 줄 것”이라고 밝혔고, 선발 과정에서 이를 지켰다.
좀더 정확히 말해 16명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콤비 조영욱(고려대), 하승운(연세대) 등은 포지션이 뚜렷하게 정해진 만큼 ‘시프트’에서 제외해야 한다. FC바르셀로나 소속 공격 카드 백승호, 이승우부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측면에 무게가 실린 공격 2선과 중원의 모든 지역은 물론이고, 필요에 따라선 최전방에 내세워도 무리가 없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진현(성균관대)도 왼쪽 날개로 나설 수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 한찬희(전남 드래곤즈)와 이승모(포항 스틸러스) 역시 전진배치를 해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도 가장 멀티 자원이 많은 포지션은 공들여 정비하고 있는 수비라인이다. 모두가 어느 위치를 맡더라도 딱히 혼란스럽지 않다. 그 중 한찬희, 이승모 등과 3선 경합을 벌여온 김승우(연세대)가 최근 가장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우루과이(2-0 승)∼세네갈(2-2 무)로 이어진 2차례 평가전에서 김승우는 쓰리백의 중심에 섰다가 빌드업 상황에선 과감한 전진으로 눈길을 끌었다. 상황에 따라 포백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때로는 실수하는 장면도 보였으나,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기에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장신(195cm) 중앙수비수 정태욱(아주대)마저 탁월한 ‘전진 본능’을 뽐내고 있다. 뒤져 있거나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면 언제든지 정태욱에게 전방 이동을 지시할 수 있다.
기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함께 ‘죽음의 A조’에 편성됐음에도 1차 목표인 8강을 넘어 그 이상을 조심스레 바라보는 U-20 대표팀의 숨은 힘은 ‘전원 시프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