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니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3-0 쾌승을 거뒀다. 아르헨티나를 역시 3-0으로 제압한 잉글랜드와 조 공동선두가 됐다.
모든 부분이 착착 맞아떨어졌다. “대∼한민국”을 목 놓아 외친 3만7500여 명의 만원관중에게 기분 좋은 승리를 선물하면서 대회 흥행에도 일조했다. 한국은 같은 장소에서 23일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 다득점
많은 골이 필요했다. 다득점으로 이겨야 여유롭게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24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선 조 3위에게도 16강 진출 기회가 주어진다.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는 잡아야 했고, 기니가 그 대상이었다. 전반 36분 이승우(FC바르셀로나)가 포문을 열었다. 기니 수비를 헤집는 환상적 드리블 돌파에 이은 감각적 슛이 상대 수비수 알리 카마라를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초반 탐색전 양상 속에 10분여간 다소 밀리며 쌓인 불안감이 일순간 해소됐다. 만회에 나선 기니가 숱한 기회를 날린 가운데, 후반 31분 임민혁(FC서울)의 추가골로 우리가 승기를 잡았다. 홈팀의 기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5분 뒤 백승호(FC바르셀로나)가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정태욱(아주대)의 패스를 침착한 칩슛으로 마무리해 다득점을 완성했다.
● 용병술
의도한 카드가 적중하면 벤치 입장에선 이보다 최선의 결실은 없다. 기니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은 2번째 골이 그랬다. 후반 20분 신 감독은 첫 번째 교체카드를 썼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상헌(울산현대)을 빼고 임민혁을 투입했다. 그리고 후반 30분 이승모(포항 스틸러스) 대신 김승우(연세대)를 출전시켜 공수의 균형을 맞췄다. 의도가 적중했다. 전방에 한껏 무게를 실은 기니 진영이 어수선한 틈을 타 임민혁이 이승우의 정확한 패스를 추가골로 연결했다. 1997년생 임민혁은 2년 전 본격 출항한 U-20 대표팀에서 ‘터줏대감’이다. 이날 출전으로 25경기를 찍은 데 이어 통산 3호골까지 얻었으니 더 없이 흐뭇한 하루가 아닐 수 없었다.
● 무실점
다득점 승리도 좋았지만, 무실점 또한 크게 칭찬할 만한 결과였다. 지난해 12월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U-20 대표팀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실점했다. 무실점은 11일 청주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2-0 승)이 유일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축구’를 지향하면서도 단기 토너먼트의 특성을 잊지 않았다. ‘공격을 잘하면 경기를 이기고, 수비를 잘하면 우승한다’는 명언대로 탄탄한 뒷문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해냈다.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의 슛과 날카로운 세트피스가 장점인 기니의 화력을 우찬양(포항 스틸러스)-이상민(숭실대)-정태욱-이유현(전남 드래곤즈)의 포백 수비라인과 홀딩맨 이승모가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 헌신적 움직임으로 막아냈다.
신 감독은 “지역방어와 맨 마킹 전략을 혼용해 효과를 봤다. 이기고 있어도 실점하지 말자는 주문을 계속 했다. 포백과 쓰리백을 두루 오간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도 상황에 맞춰 전술을 짤 것”이라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