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에선 이겼으나 ‘시합’에선 졌다.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가 프로 챔프 결정전에서 판정패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不可解·후카카이)’는 반응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도쿄 아리아케(有明) 콜로세움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 챔피언 결정전. 동급 2위의 무라다 료타(村田諒太)가 1위 앗산 앤담(프랑스)과 맞붙었지만 1대2로 판정패했다.
이날 무라다는 4라운드에 강력한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상대의 턱에 가격해 첫 다운을 뺐었다. 그 후에도 앤담을 휘청거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한 것이다. WBA의 힐베르토 멘도사 주니어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심한 판정” “재대결을 지시할 생각이다”라고 적었다. 일본 복싱 커미션도 WBA에 항의문을 전달하는 등 판정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
31세의 무라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복싱 미들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듬해 프로에 데뷔했고 세계 챔피언 도전을 준비해왔다. 체중 제한 72.57㎏인 미들급은 세계적으로 선수층이 두텁고 구미를 중심으로 이름을 남긴 스타급 선수가 많다. 반면 일본 등 아시아권은 체격적으로나 힘에서 불리한 체급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라다가 미들급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 이 체급에서 세계 챔피언이 된 일본인은 1995년 타케하라 신지(竹原愼二) 뿐이다.
무라다는 이날 경기 전까지 12전 전승(9KO)을 기록 중이었다.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경기를 치르며 랭킹(순위)과 지명도를 높여 왔다. 다만 경기 성사를 위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미들급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효자(金のなる木·돈이 들어오는 근원)’ 체급. 파이트머니(경기료)는 고액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가장 유력한 프로모터가 수차례에 걸쳐 앤담 측과 금액 협상을 했고 합의에 이르렀다. 도쿄에서 챔피언 결정전을 열게 된 거였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마련된 세계 타이틀매치. 이날 심판 3명의 판정을 보면 한 명은117대110으로 무라다의 압승으로 봤다. 그러나 나머지 두 사람은 116대 111, 115대 112로 앤담의 우세로 평가했다.
무라다는 다운 한 차례를 포함해 상대에게 타격을 준 유효타에서 우위에 있었다. 다만 계속 펀치를 날린(繰り出した) 숫자는 앤담이 많았다. 결국 펀치 숫자를 중시한 심판 2명이 앤담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과연 정말 이상한 판정이었던 것일까. 세계 타이틀 매치에서 과거 100경기 이상 채점한 경험이 있는 일본 권투인들은 “심판의 채점 경향을 연구하는 것도 복싱에선 필요하다”고 했다.
그날 경기에서 누가 채점을 하는지는 사전에 알 수 있다. 무라다 측은 (챔피언 결정전에 앞서 이들 심판이) 과거에 어떤 채점을 했는지 특색을 확인했는지, 또 이에 대응하는 복싱 방식을 준비해왔던 걸까. 그런 전략상의 짜임새(あや)가 있었는지 논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일본이 남아프리카를 상대로 세기의 파란을 일으킨 럭비 월드컵. 일본은 심판 판정의 경향을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한 것이 승인의 하나라고도 평가된다(사전에 종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무라다는 “(챔피언 결정전) 3명의 판정이 모두 맞다(第三者の判定がすべて)”라며 한마디의 불평도 하지 않았다.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대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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