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신예투수 박치국(19)은 타고난 강심장이다. 제물포고 시절 팀의 에이스를 맡으며 얻은 ‘싸움닭’이라는 별명이 이를 말해준다. 3학년으로 출전한 지난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그의 진가를 드러낸 시간이었다. 주자가 쌓인 위기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질뿐더러 미소까지 띄며 여유를 부리는 모습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 제물포고 에이스에서 두산의 5선발로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는 프로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의 2차 1라운드 지명(전체 10순위)을 밟고 프로 유니폼을 입은 박치국은 데뷔 직후부터 팀의 미래를 책임질 자원으로 거론됐다. 사이드암으로 직구 평균구속 140㎞대 초반을 던질 수 있고, 투구수 역시 100개가량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마이클 보우덴이 이탈한 자리에 박치국을 점찍어 선발로 투입시키고 있다.
26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만난 박치국은 전날(잠실 LG전) 등판결과를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더 잘 던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감도는 듯했다. 그는 “결국 볼넷이 화근이었다. 1회부터 볼넷 2개를 내주면서 순식간에 3실점을 하게 됐다”며 전날 상황을 복기했다. 그러나 안타를 맞은 점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안타는 맞을 수도 있고, 홈런도 맞을 수 있다. 어차피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구든 맞붙어야하지 않겠느냐”며 싸움닭 기질을 드러냈다.
물론 모든 일이 그의 뜻대로 흐르진 않는다. 고교무대와 프로의 수준 차이는 극명하기 때문이다. 박치국은 “우선 타자들의 힘이 다르더라. 못 치겠지 하고 던지는 공도 안타가 된다”고 혀를 내두른 뒤 “어제 경기에서도 LG의 전진배치된 좌타타선을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고등학교에선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1군에서 선발로 계속 남고 싶다. 고등학교 때도 한 경기 130개 정도는 던졌고, 단일대회에선 1000개 가까이도 던져봤다”고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그의 프로 적응을 곁에서 도우는 동료는 제물포고 6년 선배 이현호(25)다. 박치국은 “2학년 당시 출전했던 야구대제전에서 처음 (이)현호형을 만나 알게 됐고, 두산에 온 뒤로 더 친해졌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우리 팀엔 사이드암 선배들(김성배, 고봉재, 오현택)이 많기 때문에 곁에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 아직 주구종이 직구와 커브 정도인데 앞으로 낙폭 있는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도록 연마할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서 1군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텐데 꾸역꾸역 버텨갈 줄 알더라. 희망이 보이는 투수”라는 김 감독의 극찬을 받은 박치국. 싸움닭의 성장과 함께 두산 마운드도 한층 밝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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