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넥센 야구의 특징은 바로 선발야구다. 26일까지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하) 공동 2위(23회)의 기록이 이를 설명한다. 그 중심에는 우완 사이드암 한현희(24)가 있다. 2013~2014시즌 홀드왕을 차지한 필승계투요원이었던 그가 선발투수로 정착한 데는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뒷받침할 2가지의 변화구가 크게 작용했다. 기존의 커브와 체인지업이 그것이다. 특히 상대 타자들이 슬라이더로 착각할 정도로 강력한 커브는 한현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무기다. 본인도 “커브가 예전처럼 돌아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현희는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변화구의 위력을 배가하는 데 있어 빠른 공만한 무기는 없다. 사이드암투수의 희소성을 고려하면, 한현희의 빠른 공은 그 자체로 훌륭한 무기다. 여기에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는 커브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유용한 체인지업까지 장착해 선발투수로 롱런하기 위한 조건을 갖췄다. 한현희는 “과거와 가장 달라진 것이 몸쪽 승부와 체인지업”이라고 했다. 상대 타자의 유형에 관계없이 긴 이닝을 소화할 채비를 마친 것. 올 시즌 선발등판한 8경기에서 3승(1패·방어율 2.94)이 전부지만, QS 7회, QS+ 3회를 기록하며 안정감을 보여준 비결이다. 이 기간에 경기당 6.1이닝을 소화하며 선발투수로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특히 ‘슬라이더성 커브’는 한현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무기다. 상대 타자는 그의 커브를 슬라이더로 착각한다. 구속이 130㎞ 안팎으로 형성돼서다. 한현희가 “슬라이더가 아니라 커브다. 커브 그립으로 구속에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몇 번씩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이 공의 움직임이 워낙 심해 우타자들에게는 마구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한현희의 공을 보면 볼 끝의 움직임이 정말 좋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자신감이 커졌다”고 칭찬했고, 넥센 불펜포수 양희현도 “한현희의 커브는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엄청나게 휜다. 받아보니 각이 정말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현희는 26일 고척 삼성전에서도 6이닝 5안타 4사사구 4삼진 3실점으로 팀의 18-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시즌 4승(선발 3승)째를 따낸 데도 ‘슬라이더성 커브’가 한몫했다. 이날은 최고구속 147㎞의 빠른 공(44개)보다 오히려 커브(48개)를 더 많이 던졌는데, 48개 중 스트라이크가 35개나 됐다. 12㎞의 구속 차이(123~135㎞)를 보인 커브는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한현희는 경기 후 “계투로 뛴 경험이 있다 보니 그들의 고민을 잘 안다”며 “계투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능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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