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파4)을 보기로 끝낸 김우현(26·바이네르·사진)은 우승을 기대하지 못했다. 마지막 홀 플레이를 남겨둔 단독 선두 이태희에게 2타나 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태희의 우승을 축하해 주려고 기다리고 있던 김우현은 갖고 있던 공을 하나만 남겨두고 팬들에게 모두 선물했다.
하지만 행운이 찾아왔다. 보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이태희가 18번홀에서 티샷 실수에 이어 1.4m 보기 퍼트마저 놓치면서 더블보기를 해 김우현과 동타가 됐다.
다시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 분위기는 김우현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연장 직전 차에서 공 3개를 가져온 김우현은 6m 버디 퍼트를 넣은 뒤 오른 주먹으로 화끈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김우현은 28일 전북 장수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카이도 드림오픈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인 뒤 최종 합계 10언더파로 이태희와 연장전에 들어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2014년 KGT에서 2연속 우승하며 주목받은 김우현은 그해 군에 입대해 강원 인제에서 소총수로 복무했다. 지난해 8월 제대한 뒤 투어에 복귀한 그는 통산 3승째를 거뒀다. 군대에서 밤에 싸리비로 스윙 연습을 했다는 김우현은 “우승할 줄 몰랐다. 날아갈 것 같다”며 웃었다.
그의 부친은 중졸 학력으로 연매출 500억 원 가까이 올리고 있는 구두 제조업체 안토니 바이네르를 창업한 김원길 대표(56)다. 김 대표는 아들이 우승하면 골프 대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한 뒤 실제로 KGT 대회를 창설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새 신랑 이태희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뒤 17, 18번홀에서 미스 샷이 나올 때마다 카트 도로를 맞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흔치 않은 장면을 보였지만 결국 결정적인 퍼트 실수가 나온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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