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NC 김경문 감독이 5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선발 투수 구창모를 교체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올 시즌 프로야구 사령탑에 데뷔한 넥센 장정석 감독은 “처음 감독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패한 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잘 져야 연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NC 김경문 감독도 승리보다 패배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다. 불펜 진용을 짤 때 필승조 이상으로 롱 릴리프, 추격조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고심한다. 김 감독은 “경기에 패해도 그나마 잠이 잘 오는 날이 있다. 롱 릴리프가 불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 다음날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잘 못 졌을 때 항상 연패가 찾아온다. 페넌트레이스는 잘 지는 싸움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기록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김 감독이 선발진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 속에서 얼마만큼 불펜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NC는 29일까지 올 시즌 5회까지 앞선 23경기에서 22승을 거뒀다. 5회 이후 역전패는 단 한번 뿐이다. 선발투수가 5회 이후 리드를 지켰을 때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들을 효과적으로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각 투수의 각기 다른 능력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투입됐다. 이닝소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연투 때 체력소모가 심한 원종현, 1이닝씩이면 연투해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김진성을 효율적으로 배분했고, 임창민이 9회를 완벽하게 막았다. NC가 7회까지 앞선 25경기에서 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힘이다.
대신 김 감독은 뒤지고 있을 때 무리한 불펜 운용을 하지 않았다. 5회까지 뒤진 21경기에서 역전승은 단 3번이었다. 7회까지 뒤진 18경기에서도 1승만 올렸다. 강윤구, 윤수호 등 추격조를 활용하며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지난해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의 무리한 불펜 운용이 큰 논란이 됐다. 한화는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무려 12번이나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전체 1위였다. 그러나 뒤진 상황에서 필승조가 투입돼 역전승에 성공한 것 이상으로 참담한 패배를 많이 당하며 시즌 막바지 불펜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올 시즌 한화는 눈에 띄게 불펜의 힘이 약해졌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역할이 구분되지 않은 후유증이다. 한화는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9번의 역전패를 당했다. 전체 역전패도 삼성(17패)에 이은 2위(16패)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