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확정 짓는 결정타를 날린 것도, 대역전을 이끄는 홈런포를 쏜 것도 아니었지만 그 해 가을을 누구보다 뜨겁게 달군 두 남자, KIA의 김호령과 LG의 안익훈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슈퍼캐치로 역대급 하이라이트 필름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 둘은 외야 자원이 넘쳐나는 팀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채 시즌을 맞았다. 모두 수비는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을 받지만 허약한 방망이가 발목을 잡았다.
좀 더 절망적인 쪽은 김호령이었다. 100억 사나이 최형우, 85만 달러 버나디나의 영입에 트레이드로 온 이명기까지 올 시즌 KIA 외야는 차다 못해 넘쳤다. 꾸준히 기회를 얻었던 지난해와 달리 찬바람만 돌았다. 김호령 스스로도 “내가 감독이라도 안 쓸 것이다. 그랬다간 팬들한테 욕먹는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호령이 누군가. 지난해 LG와의 와일드카드전 2차전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LG 김용의가 날린 큼지막한 타구.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 ‘이건 졌다’는 생각이 든 건 김호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김호령은 끝까지 뛰어 공을 잡았다. 그는 “혹시 몰라서”라고 했다. 물론 끝내기 상황에서 외야 플라이를 잡아 경기를 이겨본 적은 김호령 야구 인생에서도 한 번도 없었다.
“대수비든 대주자로든 어떻게든 1군에 붙어있고 싶다”던 김호령은 버나디나의 부상을 틈타 지난달 30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야수판 클로저’ 안익훈의 상황도 비슷하다. 수비만큼은 형 동생을 모두 제치고 ‘넘버1’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안익훈은 이기고 있거나 박빙일 때면 어김없이 투입돼 상대의 안타성 타구를 번번이 낚아낸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본격적인 콜업 후에도 안익훈의 선발 출전은 한 차례도 없다. 지난해에도 안익훈의 선발 출장은 2경기에 그쳤다. 베테랑 박용택은 차치하더라도 임훈, 김용의, 이형종, 채은성, 이천웅 등이 번갈아가며 반짝하는 LG 외야에서 안익훈에게 돌아가는 기회는 한정적이다.
그렇게 어렵게 얻은 출전 기회지만 그마저도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안익훈은 자신의 타석 때 득점 찬스라도 걸리면 대타와 교체되기 일쑤다. LG 양상문 감독은 ‘안익훈은 언제쯤 찬스 때 스윙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더 잘 쳐야한다. 아무래도 야구가 확률 싸움이다 보니…”라고 에둘러 아쉬움을 표했다.
‘수비 요정’으로 불리는 이들에게는 늘 ‘타격만 더 나아진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야구에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면 ‘만약은 없다’는 것이다. 감독의 확신은 누구도 아닌 그들 자신의 손으로 얻어내야 한다.
한편 30일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KIA가 2위 NC에 9-7 재역전승을 거두고 4경기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넥센, SK, 롯데는 나란히 승리를 신고해 6연패에 빠진 LG와 공동 4위에 오르며 중위권 싸움에 불을 지폈다. 3위 두산을 꺾은 한화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 후 첫 3연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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