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불펜포수가 마이크 잡고 응원단상에 오른 까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31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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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넥센과 LG의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 LG 선수들이 훈련에 앞서 그라운드에 나와 워밍업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응원단상에서 커다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눈길을 간 곳에는 유니폼 바지에 재킷 하나를 걸친 누군가가 현란한 랩 실력을 뽐내며 선수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그는 빅뱅의 ‘뱅뱅뱅’이 울려퍼지자 춤까지 따라하면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남다른 끼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불펜포수 김도우씨였다. 아직 스무 살밖에 되지 않은 막내의 장기자랑에 선수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그 덕분에 훈련시간도 화기애애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날 김씨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은 이유는 최정우 수석코치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팀이 6연패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자 “분위기 좀 띄워보라”며 불펜포수에게 노래를 시켰고, 김씨는 열창을 하면서 선수단에 즐거움을 안겼다.


사실 2012시즌에도 LG에는 비슷한 일이 있었다. 팀이 6연패에 빠져있을 때 비로 경기가 중단됐고, 즉석에서 ‘덕아웃 노래방’이 열린 적이 있다. 당시 윤진호가 춤을 추고 오지환이 노래를 불렀고, 다음으로 최태원 코치가 마이크를 이어받아 추억의 노래 티삼스의 ‘매일매일 기다려’를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웃음꽃이 만발한 LG는 비와 함께 달콤한 휴식을 취했고, 이튿날 거짓말처럼 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물론 이 이벤트 하나로 연패를 끊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연패에 빠지면 더 큰 문제는 선수단 사기다. 패수가 많아지면 점점 주눅이 들면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아는 최 코치도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깜짝쇼를 준비했다. 연패를 탈출하고 싶은 마음은 선수들이 가장 간절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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