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카지노서 7억 탕진…처벌·징계 無 한국은 강원랜드 외 카지노 출입은 불법 해외 나가도 일시 오락 수준 넘을 땐 처벌
본머스, 번리, 크리스털 팰리스, 헐시티, 스토크시티, 선덜랜드, 스완지시티, 왓포드, 웨스트브로미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물론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소속됐던 클럽들이다. 그 외에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도박업체와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한 구단들이다. EPL 20개 팀들 중 절반인 10개 팀 선수들이 가슴에 도박사이트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웨인 루니의 도박 사실이 보도됐다. ‘루니가 맨체스터 시내 카지노에서 약 2시간 만에 7억원 가량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루니는 형사처벌은 물론 잉글랜드축구협회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조차 없다고 한다.
● 도박으로 빼앗긴 한국시리즈 우승?
2015년 KBO리그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선수들의 해외원정도박이 큰 문제가 됐다. 비시즌 중 해외 카지노에 출입했다는 것이었다. 해당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결국 소속팀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우승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그런데 당시 그 선수들이 도박한 금액은 루니의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형사처벌에 더해 KBO로부터 출장정지 등의 징계까지 받았다. 한 선수는 영영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루니의 사례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 카지노 출입은 원칙적으로 불법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법률상 도박이 금지돼 있다. 형법,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등에서 도박죄를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있는 카지노에 우리 국민이 출입하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다만 한 군데 예외가 있다. 바로 강원랜드다. 왜 그럴까? 1990년대 후반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탄광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생겼다. 정부에선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히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만들었다. 즉, 법률에 의해 예외적으로 강원랜드에서 하는 도박은 처벌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등도 같은 이유로 처벌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같은 카지노나 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라고 하더라도 법에 의해 허가되지 않은 업체를 통한 베팅은 모두 불법이다.
● 해외 카지노에 출입했다면?
해외 카지노는 해당 국가에선 합법화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여기에 들어가 도박을 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다.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밖에 있는 내국인(內國人)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제3조). 그런데 2000년 한 유명 연예인의 어머니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00억원 가량의 잭팟을 터트려 화제가 됐다. 실제로 우리 국민이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의 카지노에 출입하는 경우가 상당함에도 처벌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해당 연예인의 어머니도 처벌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형법에 있다.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여행경비 외에 통상 수백 달러 안팎의 외화를 가져간다. 아무리 많아도 합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수천 달러를 넘지 못한다. 그 돈으로 기념품도 사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가이드나 기사에게 팁도 준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돈으로 재미삼아 카지노에 가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일시 오락에 불과한 것이다. 앞서 말한 프로야구선수들은 이런 규정을 어겼다. 해외에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돈을 훨씬 넘겨 도박을 했다. 일시 오락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 처벌되지 않아도 징계는 가능
프로야구선수들이 비시즌 중 해외 카지노에 출입하는 것도 일반인과 같이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형사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도 징계를 받을 순 있다. KBO 규약 제151조에서 정한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선수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선수다. 그러나 선수 이전에 사회구성원이다. 운동만 잘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을 순 없다. 경기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모범이 돼야 한다. 그것이 KBO 규약에 깔려있는 기본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