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49) 감독은 5월31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하루빨리 시즌 8승 투수가 나오길 바랐다. 이날 경기 전까지 7승을 거둔 KIA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 NC 제프 맨쉽이 나란히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올라있었는데, 7전승의 파죽지세를 달린 양현종이 최근 3경기째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첫 7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된 맨쉽은 팔꿈치 근육 손상 진단을 받아 5월10일 이후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 오히려 6전승 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다 5월25일 대전 한화전에서 7승째를 챙긴 헥터에게 가장 먼저 8승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김 감독이 “오늘 8승 투수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헥터는 김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날 6.1이닝 동안 6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10-2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4연승을 이끌며 따낸 8승째라 의미가 컸다. 헥터는 이날 호투로 다승은 물론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3자책점 이내) 10회로 이 부문 단독 선두가 됐다. 시즌 방어율도 종전 2.49에서 2.29(78.2이닝 20자책점)로 끌어내렸다. 지난해 NC전 3경기에서 2승, 방어율 3.18(17이닝 6자책점)로 강했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헥터와 상대한 NC 타자들은 최고구속 149㎞의 빠른 공(48개)과 체인지업(28개), 슬라이더, 커브(이상 16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4가지의 구종을 골고루 섞어 던지니 NC 타자 입장에선 노림수를 가져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니 낙폭이 큰 커브가 들어왔고, 변화구를 기다리니 손을 쓸 틈도 없이 빠른 공이 들어왔다. 이날 삼진을 솎아낸 5개의 결정구는 직구(3개)와 커브(2개)였다. KIA 타선도 헥터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에만 5점을 지원하는 등 활발한 타격으로 승리를 도왔다.
헥터는 올 시즌 선발등판한 11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 가운데 7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무려 8게임에 달한다. 유일하게 QS를 놓친 5월25일 경기에서도 7.2이닝(4실점)을 버티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라는 의미다. 이날 승리로 8승이라는 ‘마의 벽’까지 넘어서며 승수쌓기에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된 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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