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원형 투수코치는 “나도 박세웅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고 웃었다. 어쩌면 박세웅(22)은 김 코치의 ‘페르소나(분신)’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결코 크지 않은 체구, 어린 나이에 담대한 피칭으로 에이스의 왕관을 감당했던 현역시절을, 이제 지도자로서 박세웅에게 투영했을 수 있다. 김 코치는 “나는 별로 봐준 것이 없다. 이용훈 투수코치 도움이 컸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지만.
5월30일 대구 삼성전 7이닝 무실점으로 박세웅의 시즌 방어율은 1.58이 됐다. 이날 롯데는 1-0으로 이겼는데 2015년 6월14일 문학 SK전 조쉬 린드블럼의 완봉승 이후 717일만이다. KBO리그 1위다. 4월22일 고척 넥센전부터 7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 3년차 박세웅은 2015년 2승(11패 방어율 5.76), 2016년 7승(12패 방어율 5.76)이었는데 올해 벌써 6승(2패)이다.
김 코치는 박세웅의 성장을 믿고 많은 주문을 건네지 않았다. 다만 기술적으로 두 가지 포인트를 강조했는데 첫째가 ‘릴리스포인트 때 머리 움직임을 최소화할 것’, 둘째가 ‘커브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었다. 투구 시 머리가 일정하게 고정되자 영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커브 스트라이크를 던지자 완급조절 능력이 배가됐다.
또 하나의 의미 깊은 변화는 62.2이닝을 던져 피홈런이 0개라는 사실이다. 홈런을 안 맞는다는 것은 그만큼 구위가 올라왔다는 증거다. 조원우 감독과 김 코치는 최대한 박세웅의 등판 간격을 주1회로 조절해주고 있다. 그만큼 힘이 비축된 상태로 던지니 커맨드가 향상됐다. 물음표로 점철됐던 롯데 선발진은 박세웅이 축으로 기능하며 선전하고 있다.
김 코치는 “지금까지 조절을 해줬으니 여름에는 (박)세웅이가 주2회 등판도 해줘야 할 때도 온다”고 말했다. ‘체력이 약하다’는 박세웅을 둘러싼 세간의 우려를 뛰어넘는 믿음을 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