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에 울던 ‘켈크라이’, 공포의 닥터K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SK 마운드 에이스로 떠오른 켈리
150km 강속구에 변화구도 다양… 탈삼진 81개, 2위와 13개 차 선두

지난해 11월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부임 직후 뛰어든 일은 외국인 투수 켈리(29·사진)와의 재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민하던 켈리는 직접 전화를 걸어온 힐만 감독의 정성에 SK에 남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힐만 감독의 ‘켈리 붙잡기’는 현재까진 성공적이다. 켈리는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 전력에서 이탈한 김광현을 대신해 SK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팀에서 가장 많은 승리(5승 3패)와 긴 이닝(71과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기록은 탈삼진이다. 31일까지 11경기에 선발 등판한 켈리는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탈삼진(81개)을 기록하고 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탈삼진 2위 LG 차우찬(68개)과는 13개 차다.

켈리가 2012년 한화 류현진(현 LA 다저스·210개) 이후 끊긴 200탈삼진 고지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올 시즌 지금과 같은 탈삼진 추이(경기당 7.36개)를 이어가면서 지난해와 같은 31경기에 등판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228개의 탈삼진을 기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 계산만으로는 1984년 롯데 최동원이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을 뛰어넘는다. 물론 시즌당 경기 수는 1984년 100경기에서 현재 144경기로 40% 이상 늘었다.

우완 정통파인 켈리의 탈삼진 강세 비결은 다양한 구종이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켈리는 포심 외에도 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등을 섞어 활용하고 있다. 커브, 체인지업에도 능하다. 빠른 공 하나에만 타이밍을 맞춰 놓는 ‘강속구 투수 공략법’이 켈리에겐 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상덕 SK 투수코치는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면서 구질마다 폼의 변화가 거의 없다 보니 타자로선 더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139개)부터 지난해(152개), 올해까지 점점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 것 역시 투심, 컷 패스트볼의 실투가 줄어드는 등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아 ‘켈크라이’(켈리+크라이)로 불리던 켈리가 ‘닥터K’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올 시즌 눈여겨볼 관전 포인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야구#sk 와이번스#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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