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남자 복식은 2년 넘게 세계 정상을 다투던 간판스타 이용대, 유연성, 고성현 등이 지난해 말 일제히 대표팀을 떠나면서 전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선배들의 높은 벽에 막혀 있던 젊은 유망주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최근 호주에서 끝난 세계혼합단체전에서 한국이 14년 만에 우승할 수 있었던 데는 만년 꿈나무로만 끝나는 줄 알았던 최솔규(22·한국체대·사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 대회에서 최솔규는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을 모두 소화했다. 중국과의 결승에서는 2-2로 맞선 마지막 혼합 복식에서 채유정(22)과 호흡을 맞춰 승리를 결정지었다.
지난달 30일 귀국한 최솔규는 “인천공항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고 보니 얼떨떨했다. 선배 형들이 많이 은퇴해 대표팀이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국내 무적으로 불린 최솔규는 서울체고 1학년 때 이미 전국대회 정상에 서며 ‘제2의 박주봉’이란 평가를 들었다. 세계 주니어 무대까지 휩쓸며 한껏 주목을 받았지만 시니어 레벨에서는 강력한 선배들의 틈을 좀처럼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최솔규를 지도하고 있는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는 “이번 우승을 통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자신감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최솔규는 넓은 시야와 강력한 파워를 앞세운 폭발적인 공격력이 강점인 반면 서비스와 수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평가다.
강경진 대표팀 감독은 “이제 솔규가 주인공이다. 큰 대회 때도 긴장감을 떨치고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솔규는 “코트에서 ‘다 내려놓고 즐기자’라고 마음먹으면 오히려 플레이가 잘 풀린다. 많이 배우고 있다. 공격적이고 빠른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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