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든 대학이든 많이 뛰어야 실력 쌓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U-20 월드컵 16강 참패 원인은
어린 선수들 소속팀서 출전 막혀
유럽 강호들은 프로 2군 활성화… 수준 맞는 리그서 충분한 경험

“우리 선수들은 K리그에서도 출전 명단에 못 들고, 대학에서도 경기를 못 뛰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30일 신태용 20세 이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포르투갈에 져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진출에 실패한 뒤 “이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대학이든 프로든 소속 팀에서 많이 뛸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경쟁국 선수들에 비해 실전 감각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백승호(바르셀로나 2군)도 신 감독과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1997∼1999년생 21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대학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11명, 국내 프로축구 K리그 소속이 7명, ‘바르사 듀오’ 백승호, 이승우를 포함해 해외 클럽 소속이 3명이다. 대학생 11명은 대부분 1, 2학년이다. 3, 4학년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주전 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1, 2학년만 뛸 수 있는 대회가 1년에 두 차례 따로 열리지만 경기 수가 너무 적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 3경기만 하고 대회를 접어야 한다. 한 학원 축구 전문가는 “출전할 수 있는 대회나 경기도 많아져야 하겠지만 직업 선수를 꿈꾸는 고등학교 단계부터는 승강제가 적용되는 수준별 리그를 만들어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20세 이하 선수가 K리그에서 주전으로 출전하기는 더 힘들다. K리그 소속인 대표팀 7명 중 올 시즌 선발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한찬희(전남·5회)와 임민혁(서울·1회) 둘뿐이다. K리그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가 선발 출전 선수 11명에 각각 23세, 22세 이하 선수 1명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정해놨지만 20세 이하 선수가 이 규정의 혜택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규정을 어기면 교체할 수 있는 선수 수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드는데 일부 감독은 이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23세 이하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 K리그 A구단 감독은 “성적으로 모든 걸 말하는 프로에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은 선수 전원이 프로팀 소속이다. 대학생 선수가 절반을 넘는 우리와 차이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20세 이하 선수들은 선배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모두 이겼다는 얘길까. 이번 대회 잉글랜드 대표팀은 대부분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 소속이지만 EPL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드물다.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벤피카를 비롯한 포르투갈 리그 명문 클럽에 속해 있지만 1부 리그에서 주전을 꿰찬 선수는 많지 않다. 대개가 소속 팀의 2군 무대에서 뛴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는 모든 팀이 2군 팀을 운영하고 있고, 20세 이하 선수들은 2군 리그에서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는다.

유럽과 같은 2군 리그 활성화가 20세 이하 선수들의 경기 경험 축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K리그에도 2군 리그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폐지됐던 2군 리그를 지난해 다시 도입했다. 현재 2군 리그는 일부 예외 조항을 두고 있지만 23세 이하의 국내 선수 출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2군 리그 참가가 K리그 클럽의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클래식 12개 팀 중 7곳, 챌린지 10개 팀 중 5곳만 2군 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20세 이하 대표팀 우찬양과 이승모의 소속 팀인 포항, 한찬희와 이유현이 속한 전남은 2군 리그에 참가하지 않는다. 박건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어린 선수들의 경기 경험 축적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2군 리그 활성화가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2군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프로연맹이 K리그 클럽의 2군 리그 참가 의무화를 검토하면서도 선뜻 추진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종석 wing@donga.com·정윤철 기자
#k리그#신태용#20세 이하 한국 축구대표팀#u-20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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