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그동안 참가에 의의를 뒀던 설상 종목에서도 메달에 도전한다. 왼쪽부터 모굴스키 최재우, 스노보드 이상호, 크로스컨트리 스키 김마그너스. 동아일보DB
한국 설상 종목은 그동안 겨울올림픽에서 들러리에 불과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눈 위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종목은 눈과 친숙한 북유럽 선수들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입상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진정한 겨울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계기가 마련됐다. 어릴 시절 눈이 있는 환경에서 스키, 스노보드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운 20대 초반 선수들이 세계 수준과 격차를 줄이며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방의 이점을 충분히 살린다면 설상 종목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도 노려볼 만하다.
눈빛 메달 노리는 ‘배추밭 소년’ 스노보드 이상호
스노보드의 이상호(22)는 설상 종목에서 가장 메달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호는 2013∼2014시즌 스노보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평행대회전에서 2위에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러고는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 대회전에서 한국 스노보드 사상 월드컵 최고 성적인 4위를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성인무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2월 삿포로 겨울 아시아경기에서도 남자 회전과 대회전에서 2관왕에 오른 이상호는 거칠 것이 없다. 3월 터키 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낸 이상호는 곧바로 며칠 후 스페인에서 벌어진 FIS 스노보드 세계선수권 평행대회전에서 5위에 올랐다.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세계선수권에서 거둔 최고의 성과였다. 세계 톱 랭커들이 총 출동한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라 의미가 크다. 대회 8강에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은메달,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칼 벤자민(오스트리아)과 대등한 경기를 벌여 자신감까지 크게 얻었다.
강원 정선군 사북 출신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노보드를 시작한 그는 아버지가 동네 고랭지 배추밭에 만든 눈썰매장에서 어릴 적부터 뒹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수없이 넘어지며 보드를 탔다. 그래서 ‘배추밭 소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나도 토비 도슨 코치처럼” 모굴스키 최재우
모굴스키의 간판 최재우(23)는 한 곳만 바라보고 있다. 다름 아닌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토비 도슨 코치(39)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 토비 도슨 코치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남자 모굴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일약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올라섰다. 최재우는 ‘과연 동양인이 이 종목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컸었다. 하지만 토비 도슨 코치를 보면서 올림픽 메달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2012년 토비 도슨이 대표팀 코치로 부임하면서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은 지 5년째.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12위에 그친 최재우는 2015년 1월 FIS 월드컵에서 남자 모굴 4위에 오르며 희망을 얻었다. 여자 모굴 스키 서정화(27), 서지원(23)도 메달에 도전한다. 크로스컨트리에 ‘광속 코너링’ 입힌 김마그너스
스키 최강국인 노르웨이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19)는 눈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2월 삿포로 아시아경기 남자 크로스컨트리 1.4km에서 한국 남자 크로스컨트리 역사상 첫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낸 김마그너스는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완벽한 코스 전략으로 메달 진입을 노린다는 각오다.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선구자인 전이경 현 싱가포크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에게 배운 쇼트트랙 코너링 기술 등과 스퍼트 능력을 개선해 크로스컨트리 최단거리 종목인 1.4km 클래식 종목에서 이변을 연출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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