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반란’ 야망 정현… “첫 서브 흔들리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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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경험 거의 없는 잔디코트… 표면 마찰력 약해 공 빠르게 굴러
득점 중 서브 에이스 비율 높아… 2013 주니어부 2위 경험은 강점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이 메이저대회 개인 최고인 3회전 진출을 달성했던 프랑스오픈에서 서브를 넣고있다.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첫 서브에 성공했을 때 득점한 비율은 78.1%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지만 두 번째 서브 때는 45.2%로 평균보다 낮았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이 메이저대회 개인 최고인 3회전 진출을 달성했던 프랑스오픈에서 서브를 넣고있다.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첫 서브에 성공했을 때 득점한 비율은 78.1%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지만 두 번째 서브 때는 45.2%로 평균보다 낮았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첫 서브 성공률을 높여라.’

클레이 코트 시즌을 마감하고 잔디 코트 시즌 준비에 들어간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1·한국체대·세계랭킹 67위)이 풀어야 할 숙제다. 프랑스오픈에서 메이저대회 개인 최고 성적인 3회전 진출에 성공한 정현은 12일 네덜란드 세르토헨보스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리코오픈에서 올해 잔디 시즌을 시작한다. 잔디 시즌의 종착역은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이다.

○ 첫 서브는 공격이다

테니스는 서브권을 가진 선수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동아일보에서 2006년부터 올해 호주오픈까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1만228경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선수가 자기 서비스 게임을 이길 확률은 73%다. 테니스에서 서브를 넣는다는 건 먼저 공격을 한 번 시도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낳는 셈이다.

두 번의 서브 기회를 주는 테니스에서는 공격적인 첫 번째 서브에 성공해야 포인트를 따낼 확률이 높아진다. 첫 번째 서브를 실패한 뒤 두 번째 서브는 더블 폴트를 염려해 속도를 줄여 안정적으로 넣는 게 일반적이다. 자연스레 ‘서브=공격’이라는 공식도 두 번째 서브 때는 희미해지게 된다. ATP 홈페이지에 따르면 첫 서브에 성공했을 때 득점할 확률은 73%지만 두 번째 서브 때는 51.2%로 낮아진다. 당연히 점수를 따낼 확률이 올라갈수록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도 높아진다.
 

 
○ 정현에게는 첫 서브가 더 중요

이번 프랑스오픈 때 정현은 이 차이가 더 심했다. 첫 서브에 성공했을 때 득점한 비율은 78.1%로 전체 평균(73%)보다 높았고, 두 번째 서브 때는 45.2%로 전체 평균(51.2%)보다 낮았다. 정현이 첫 번째 서브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승리한 8세트에서 첫 서브 성공률은 59.6%로 패한 4세트에서 기록한 50.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잔디 코트에서는 서브가 더 중요하다. 2006년부터 메이저 대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 때 전체 득점 중에서 서브 에이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9.1%로 클레이 코트(프랑스오픈) 5.4%, 하드 코트(호주오픈, US오픈) 7.8%보다 높다.

잔디 코트에서는 그 표면의 마찰력이 약해져 공이 더 빠르게 굴러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테니스 선수들은 이런 성질을 활용해 잔디 코트에서 경기를 치를 때 강력한 서브를 넣은 직후 네트로 달려 나가 상대의 리턴을 바로 공격으로 연결시키는 ‘서브 앤드 발리’ 기술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피트 샘프러스, 로저 페더러도 서브 앤드 발리를 앞세워 윔블던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발리는 정현도 자신 있게 구사하는 기술이다. 정현은 데니스 이스토민(31·우즈베키스탄·80위)에게 3-0 완승을 거둔 이번 프랑스오픈 2회전 때 13차례 발리를 시도해 12번(92.3%) 성공시켰다. 강력하고 예리한 서브는 상대 리턴을 어렵게 만든다. 그만큼 결정적인 발리를 시도할 여지는 늘어난다.

○ 낯선 잔디 코트 극복법

잔디 코트는 정현에게 낯선 무대다. 국내에서는 잔디 코트를 경험할 일이 거의 없다. ATP투어에서는 2015년 세 경기를 치러 1승 2패(승률 0.333)를 기록한 게 전부다. 정현은 이 세 경기에서 첫 서브 성공률 60%를 기록했다. 통산 13승 11패(승률 0.542)를 기록 중인 클레이 코트에서는 첫 서브 성공률이 6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서브의 불안이 잔디 코트에서 약했던 이유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정현이 잔디 코트에서 아주 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정현은 2013년 윔블던에서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도 같은 대회에서 주니어 남자 4강에 올랐다. 올해 잔디 시즌에 이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첫 서브 성공률에 달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테니스 잔디 코트#정현 발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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