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페데리코 발베르데(19·레알 마드리드)가 일으킨 인종차별적 골 세리머니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발베르데는 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8강전에서 득점한 뒤 두 손으로 눈을 찢는 제스처로 기쁨을 표출했다. 눈을 찢는 동작은 주로 서구권에서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하는 행동으로, 당연히 인종차별로 간주된다. 이후 발베르데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계정에 한글 사과문을 띄우고, 우루과이축구협회도 유감을 표명했으나, 한국 언론은 물론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외신들까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질타하면서 파장은 확산일로로 접어들었다.
2017피파20세월드컵조직위원회와 대한축구협회 못지않게 FIFA도 몹시 당혹스럽게 됐다. 개최국 한국의 8강 진출 실패로 흥행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대회에 대한 전반적 인상마저 나빠질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종, 종교 등 일체의 차별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는 FIFA는 급한 대로 우루과이 선수단과 당시 경기감독관에게 관련자료의 제출 및 설명을 요구하는 1차 조치를 취했으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회가 한창이고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시간이 촉박한 탓에 징계는 대회 종료 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예상대로’ 발베르데는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에 선발출장했다. 필드 플레이어 18명으로 혹독한 일정을 소화하는 마당에 핵심선수를 뺄 수 없었던 우루과이 파비안 코이토 감독의 선택을 비난하기는 어렵지만, 나빠진 이미지는 더욱 손상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 외신 기자는 “성인대표팀이 나서는 월드컵에서 같은 세리머니가 나왔다면 파장이 정말 대단했을 것이다. 그나마 관심도가 적은 U-20 월드컵이기에 우루과이가 (발베르데의) 출전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내에 파견된 FIFA 담당자들은 일체의 관련 언급을 피했다.
어린 선수의 그릇된 행동 하나가 개인뿐 아니라 팀에 적잖은 생채기를 남긴 가운데, 이날 승부에서도 우루과이는 울고 말았다. 베네수엘라와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결승행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날 전주에서 이탈리아를 3-1으로 꺾은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이번 대회 패권을 다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