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잉글랜드 “우승 가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9일 03시 00분


두 팀 U-20 월드컵 첫 결승 진출
베네수엘라, 우루과이에 승부차기 승… 잉글랜드, 이탈리아에 3-1 역전승

골키퍼의 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골키퍼 출신인 라파엘 두다멜 베네수엘라 감독은 승부차기에서 앞서면서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루과이의 마지막 5번째 키커가 실축하면서 승부가 끝나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엉엉 울었다.

베네수엘라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꺾고 2번째 본선 무대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베네수엘라는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준결승에서 120분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16강전 일본, 8강전 미국에 이어 3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렀다. 베네수엘라는 2009년 처음 출전한 이집트 대회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4년 만에 결승 진출을 노렸던 우루과이는 2월 남미 예선에서 0-3으로 완패한 베네수엘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선제골은 우루과이의 몫이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 덕분이었다. 0-0으로 맞선 후반 3분 베네수엘라 골문 왼쪽에서 우루과이의 아구스틴 카노비오가 베네수엘라 호수아 메히아스의 태클로 넘어졌다. 경기가 속개됐지만 주심은 비디오 판독실의 연락을 받은 뒤 경기를 중단시켰고 우루과이에 페널티킥 기회를 줬다. 주장인 니콜라스 데라크루스가 이를 깔끔히 성공시켰다. 일격을 당한 베네수엘라는 점유율에서 65%-35%로 압도하는 등 거세게 우루과이를 압박했다. 경기는 점점 치열해졌고 후반 33분에는 집단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파울은 46개가 쏟아졌고 우루과이 4명, 베네수엘라 5명 등 9장의 옐로카드가 나왔다.

우루과이가 승리를 눈앞에 뒀다고 생각했던 후반 추가시간에 베네수엘라가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 골대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사무엘 소사가 골대 왼쪽 구석으로 정확히 꽂아 넣었다. 전날까지 400분 이상 출전 골키퍼 가운데 선방률(수비 횟수÷유효 슈팅 수) 1위를 달리고 있던 우루과이 골키퍼 산티아고 멜레가 몸을 날렸지만 막을 수 없는 슛이었다. 결국 결승 진출 팀은 ‘A-B-B-A’ 방식의 승부차기로 가려졌다. 양 팀 키커가 한 명씩 실축한 상황에서 우루과이의 5번 키커가 찬 슈팅이 베네수엘라 골키퍼 우일케르 파리녜스의 선방에 막혔다. 고개를 숙인 키커는 선제 페널티킥을 넣은 데라크루스였다.

잉글랜드는 전주에서 이탈리아를 맞아 전반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에 골을 몰아 넣으며 3-1로 이겼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전 최고 성적은 1993년 대회에서 거둔 3위다. 남미냐 유럽이냐. 베네수엘라와 잉글랜드의 결승전은 11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대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u-20 월드컵#니콜라스 데라크루스#사무엘 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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