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 배드민턴의 모모타 겐토(桃田賢斗·22)가 도쿄 인근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난 건 지난해 4월이었다. 그는 2015년 세계 선수권 남자 단식에서 일본 선수 최초의 동메달을 목에 건 에이스였다. 하지만 일본 배드민턴 협회는 도박과 관련 무기한 출장 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메달이 유력하던 브라질 리우 올림픽 출전은 무산됐다.
모모타는 기업 소속 선수지만 상금을 받는 국제 대회에 출전해 2015년 당시 적어도 약 2000만 엔(약 2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 선배 선수에 끌려간 게 도박에 유혹에 빠진 계기였다. “한 번에 10만 엔 정도를 갖고 (도박장에) 갔다. 들어가선 안 될 자리였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약간은 도박을 즐기게 됐다. 스포츠맨으로 승부의 세계에서 생활하면서 도박에 흥미를 가졌고 빠져나올 수 없었다.” 모모타는 기자 회견에서 고개 숙인 채 도박에 심취한 경위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한국에서도 최근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선수가 개입하거나 승부 조작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 있다. 일본 역시 배드민턴은 물론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선수 4명이 야구 도박 사실이 드러나 법적 처분을 받았다.
모모타는 징계를 받은 뒤 지난해 가을 구마모토(熊本)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응원하는 행사에 참여해 배드민턴을 지도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섰다. 소속 기업에서의 근무 태도도 좋았다. 일본 배드민턴 협회는 5월 출장 정지 처분을 1년 2개월 만에 해제했다.
다시 라켓을 잡은 모모타는 5월 31일 국내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곤 코트에서 눈물을 흘렸다. “(나를) 지지해준 분들에게 보답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모습을 일본대표팀을 이끄는 박주봉 감독도 지켜봤다. 앞으로 모모타는 국제 대회에도 자비로 참여할 예정이다.
스포츠 선수가 도박에 빠지지 이유는 다양하다. 스포츠와 도박의 친화성, 선배가 후배를 특별히 챙기는 인간관계 구조, 스포츠 이외의 것을 잘 모르는 시야의 협소함 등이 그렇다. 도박에 빠지는 사람은 스포츠 선수외에 일반인도 적지 않아 그 원인을 분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카지노 산업 전문가들은 스포츠 선수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 절대 필요한 요소를 이 같이 설명한다. “스포츠 선수는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있어 불법 도박의 유혹을 받기 쉬운 존재”이고 “그에 앞서 반(反) 사회적 세력으로부터 승부 조작 제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빠지면 스포츠 선수의 직업윤리는 붕괴된다. 결국 ‘도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모모타의 도박 행위가 발각됐을 때, 필자는 사회 이면에 정통한 전 폭주족 리더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건전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불법 카지노에 드나든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카지노 측은) 몰래 카메라로 손님들을 촬영해 승부의 상황을 항상 파악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라는 걸 알게 되면 ‘큰 손님을 포섭하자’며 달려든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놀 것인가. 스포츠 선수가 그 선택을 잘못하면 나중에 (도박을)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다.” 일본과 한국 모두 스포츠 선수에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경고다.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대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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