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미국월드컵 본선 진출 ‘도하의 기적’ 2002년 U-20 亞선수권 우승 등 좋은 추억만 도하서 열린 카타르와 맞대결도 2승1무 앞서
‘약속의 땅’ 도하에서 ‘슈틸리케호’는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카타르와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원정경기를 펼친다. 카타르전을 포함해 최종예선이 3경기밖에 남아있지 않아 조 2위를 지키기 위해선 이번 원정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결전지인 도하는 ‘약속의 땅’으로 불릴 만큼 한국축구사에 좋은 추억이 많이 깃든 곳이다. 축구팬들의 뇌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1993년 ‘도하의 기적’이 대표적이다. 1994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따돌렸지만, 같은 시각 도하의 다른 경기장에서 벌어진 일본-이라크전 상황을 전해 듣곤 웃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극적 반전이 일어났다. 승리를 눈앞에 뒀던 일본이 경기 종료 10여초를 앞두고 이라크에 2-2 동점골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남북대결에서 이기고도 고개를 숙였던 우리 선수들은 기적처럼 찾아온 기쁨에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기사회생한 한국은 일본과 나란히 2승2무1패가 됐으나, 득실차에서 앞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8년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황선홍, 김주성의 연속골로 조별리그에서 숙적 일본을 2-0으로 물리친 뒤 결승까지 올랐고, 2002년 10월에는 20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당시 결승골의 주인공은 정조국이다.
한국은 도하에서 벌어진 카타르와의 맞대결에서도 그동안 좋은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벌어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한국 3-2승)을 포함해 역대 카타르와의 A매치는 모두 8번이었다. 한국은 5승2무1패로 앞서있다. 이 가운데 도하에서 열린 맞대결은 모두 3차례였다. 1988년 아시안컵 본선과 2008년 친선경기, 2012년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등 3경기에서 한국은 2승1무를 거뒀다. 2012년 6월 8일 도하에서 펼쳐진 맞대결에선 4-1 대승을 거뒀는데, 당시 2골을 몰아친 이근호와 1골을 보탠 곽태휘는 이번에도 ‘슈틸리케호’의 일원으로 도하를 찾았다.
대표팀은 이번 최종예선 들어 지긋지긋한 원정 징크스에 고전하고 있다. 3경기에서 1무2패다. “한 번만 더 믿어달라”며 팬들의 성원을 부탁한 슈틸리케 감독이 ‘약속의 땅’ 도하에서 원정 무득점·무승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