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타르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이 끝난 14일 새벽녘의 분위기가 이랬다.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때 ‘기적의 땅’으로 불리던 카타르 도하에서 전해진 축구국가대표팀의 2-3 패배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월드컵 본선행 좌절’의 가능성이 꺾여버린 희망만큼이나 높아졌다.
더욱 뼈아팠던 것은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카타르는 ‘해볼 만한’ 상대에 당당히 맞섰고, 1골을 넘어 2골을 얻기 위해 달렸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혼란스러워진 우리는 울고 말았다. 선수까지 잃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는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이 전반 중반 오른쪽 팔뚝뼈(전완골)가 골절돼 당분간 재활에만 전념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번 아시아 최종예선 들어 당한 3번째 패배. 솔직히 새삼스럽지도 않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이미 많은 ‘쇼크’를 경험해서다.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다. 지난해 이맘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1-6으로 대패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승승장구한 아시아 2차 예선과 달리 최종예선으로 접어들어서는 참사가 거듭됐다. 대표팀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10월 이란 원정에서의 0-1 패배는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럭저럭 넘어갈 만했다. 그러나 갑갑하고 불편한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3월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한 데 이어 이번 카타르 원정에서도 무릎을 꿇었다. 사상 첫 중국 원정 패배에 더해 33년만의 카타르전 패배까지, ‘수모의 연속’이다.
승점을 확보한 경기들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종예선 내내 안방에서도 거듭 실점했다. 심지어 3-0으로 앞서다가 2골을 내주고 허둥대기도 했다. 카타르 원정에선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우리는 내내 추격하는 입장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아시아 경쟁국들과 달리 제자리걸음은커녕 뒷걸음질만 치는 한국축구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