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골퍼 사이에 ‘사이클링 버디’라는 표현이 있다. 파3, 파4, 파5홀에서 모두 한 개 이상의 버디를 낚는 것이다. 18홀을 도는 동안 좀처럼 나오기 힘들어 기념패를 하거나 뒤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효녀 골퍼’ 이정은(21·한국체대)은 15일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골프장(파72)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사이클링 버디’를 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그는 후반 들어 5번 홀(파5), 6번 홀(파5), 7번 홀(파3)에서 연이어 버디를 잡았다. 게다가 대회 조직위원회는 개막 후 처음으로 3개 홀 연속 버디를 한 선수에게는 4030만 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고급 세단 스팅어 1대를 부상으로 지급하기로 해 행운의 주인공까지 됐다. 이번 대회를 5위 정도로 마쳐야 받을 수 있는 상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차량을 첫 날 챙긴 것이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오른 이정은은 이번 시즌 11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의 상승세를 타며 대상 포인트 1위, 상금 2위, 평균타수 1위에 올라 있다.
이정은은 “3개홀 연속 버디에 자동차 부상이 걸린지 몰랐다.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빨리 따야겠다”며 웃었다.
이날 2언더파 70타로 마친 이정은은 단독 선두로 마치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최초로 골프 2관왕을 차지한 이정은의 아버지는 25t 덤프트럭 기사로 일하다 30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정은이 네 살 때 일이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주위의 도움을 받아가며 운동에 집중해 골프 스타로 성장한 이정은은 지난해 받은 상금을 모아 전세 자금에 보탰고, 아버지에게는 전동 휠체어를 사드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는 상금 2억5000만 원과 5000만 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승합차 카니발 하이리무진 한 대를 부상으로 준다. 이정은의 아버지는 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장애인용 승합차를 직접 몰며 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이정은은 메이저 타이틀과 함께 대회 기간 차량 두 대를 받을 수 있을지도 흥미롭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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