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까지 남은 거리는 6km. 쟁쟁한 선수들이 포함된 선두그룹 13명에 속해 있던 민경호(21·서울시청·사진)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대개는 혼자서 바람에 맞서지 않기 위해 2, 3km 전까지는 자신의 그룹에 속한 선수들과 앞뒤로 자리를 바꿔가며 기회를 노리지만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고, 결국 2위 그룹을 4초 차로 제치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민경호는 15일 전북 군산 월명종합운동장을 출발해 무주 반디랜드까지 156.8km를 달리는 ‘투르 드 코리아(TDK) 2017’ 제2구간을 3시간41분26초 만에 주파했다. 1, 2구간 합계 9시간5분59초를 기록한 민경호는 옐로 저지(개인종합 선두가 입는 노란색 상의)까지 차지했다. 국내 선수가 이 대회에서 구간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4년 8구간 1위였던 박성백(국민체육진흥공단) 이후 처음이다. 2015년부터 3회 연속 출전한 TDK를 포함해 8차례 투어 대회에 나간 민경호가 구간 우승을 한 것은 생애 처음이다.
도로 사이클은 공기 저항, 즉 바람과의 싸움이다. 하루에 200km 안팎을 달리는 레이스라 방해되는 것들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사이클은 ‘가볍고 날씬하게’ 진화를 거듭해 왔다. 선수들이 타는 사이클은 기어 변속도 전자 장치를 이용한다. 그 덕분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케이블이 사라졌다. 바퀴도 일반 자전거보다는 폭이 훨씬 좁아 가볍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가벼운 첨단 소재들이 잇달아 개발되자 국제사이클연맹(UCI)은 무게 6.8kg 이하의 사이클은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주위에서 흔히 보는 사이클의 무게는 15kg이 훌쩍 넘는다. 선수들은 자신의 체격과 근력에 맞는 프레임, 바퀴, 림, 핸들, 안장 등을 장착해 6.8kg에 근접할 수 있도록 최적의 조합을 찾는다. 서울시청 선수들은 미국 펠트의 프레임, 미국 지프의 휠과 림, 브레이크와 기어 등 구동장치는 미국 스램의 제품을 사용한다. 이날 민경호가 탄 사이클의 가격은 약 1300만 원이다.
전자 기어 조작 실수로 초반에 사이클을 수리하기 위해 후미 그룹에 속했던 민경호가 막판 6km를 독주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선수들의 뒤에서 맞바람을 피해 달리며 힘을 비축하다 레이스 후반부에 뒷바람이 부는 것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정태윤 서울시청 감독은 “맞바람이었다면 얼마 가지 못해 추월당했을 것이다. 애초에 앞에 나서라는 작전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호는 “화이트 저지(23세 이하 선수 가운데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가 입는 상의)가 목표였는데 얼떨떨하다. 오늘이 서울시청 조호성 코치님 생일인데 좋은 선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3구간, 상주 지나면 탄탄대로
험준한 덕유산 자락을 벗어나는 40km 이후부터는 대체로 평탄한 코스다. 뒷바람이 불어준다면 페달을 밟는 즐거움마저 느낄 수 있겠다. 경북 상주시내를 지나서 나오는 4차로 도로가 골인 지점까지 이어진다. 결승선을 앞두고 거대한 메인 그룹 선수들의 폭발적인 스피드 싸움이 예상된다. 민경호의 옐로 저지를 지켜주기 위한 서울시청과 외국 팀들의 치열한 눈치 경쟁도 관전 포인트. 에이스들끼리 견제하다 의외의 복병이 우승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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