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외야수 손아섭이 경기 중 뜬공을 잡은 뒤 강한 송구로 주자를 견제하고 있다. 손아섭은 최근 5시즌 동안 다른 야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송구로 주자를 잡아낸 ‘다이렉트 보살 개수’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다. 롯데 제공
“짧은 외야 플라이인데 3루 주자가 쉽게 들어오네. 저런 게 쌓이면 느린 주자들도 자신감을 갖고 홈으로 파고든단 말이지.”
얼마 전 프로야구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외야수 출신 야구인은 비거리 60∼70m 정도의 외야 플라이에도 발이 빠르지 않은 3루 주자가 편안하게 득점하는 장면을 보고 탄식을 했다. 송구한 공이 두 번 바운드 돼서야 포수 미트로 들어오는 걸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희생 플라이나 외야 안타 때 주자를 잡아내는 ‘레이저 송구’를 보는 일이 쉽지 않다. 수도권 팀의 한 주루 코치는 “현재 바운드 없이 포수나 야수에게 송구할 수 있는 외야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느린 주자라도 웬만한 타구에는 한 누를 더 보내는 사인을 준다”고 말했다.
외야수들의 빨랫줄 같은 송구는 보기에도 짜릿할 뿐 아니라 실점을 막는 중요한 능력이다. 텍사스의 추신수가 2015년 8월 시애틀전에서 깊숙한 외야 플라이를 잡아 포수 미트에 꽂는 송구로 3루 주자를 잡아내자 당시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는 ‘구속 89.1마일(약 143km), 정확도 95%의 완벽한 스트라이크’라며 추신수의 송구를 집중 분석했다.
현재 기록상으로는 손아섭(롯데), 나성범(NC), 민병헌(두산) 정도를 강견(강한 어깨) 외야수로 꼽을 수 있다.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업한 이형종(LG)과 올 시즌 주전을 꿰찬 삼성의 김헌곤도 송구로 주자를 곧잘 잡아내고 있다. 외야수의 송구 능력을 가늠하는 객관적인 자료는 야수가 주자를 잡는 보살 개수다. 그중에서도 중계를 거치지 않고 야수에게 직접 송구해 주자를 잡은 ‘다이렉트(Direct) 보살’ 기록이 있다. 본지가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집계를 의뢰한 결과, 2013년부터 올 시즌 이달 15일까지 5시즌 동안 손아섭은 22번 중계를 거치지 않고 주자를 잡아냈다. 나성범은 16회, 민병헌은 15회였다. 기록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주자들이 이들의 ‘어깨’를 의식해 진루를 멈춘 효과도 크다.
양승관 현 NC 코치(삼미-태평양-LG)와 신언호 전 배재고 감독(MBC-LG)은 프로야구 초창기 ‘총알 송구의 대명사’였다. 둘은 1990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의 우승 행사 이벤트에서 동시에 홈 플레이트에서 120m가량 공을 던져 좌중간 관중석을 훌쩍 넘겼다.
이들에게 타구가 가면 주자들이 우선 멈칫했다. 양 코치는 현역 시절 ‘대도’ 김일권(전 해태)의 우익수 앞 안타 타구를 잡아 1루에서 아웃시켜 ‘우익수 땅볼’로 만든 진기록도 남겼다. 양 코치는 “강견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어깨 회전, 손목 스냅의 유연성과 메커니즘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중계 플레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다이렉트 송구가 더 빠르다. 요즘 외야수들은 송구 개선을 위한 보정 운동을 등한시하는 것 같다”고 했다. 양 코치는 “지금과는 환경이 다르지만 어린 시절 철봉이나 구름사다리에 자주 매달렸던 게 어깨 발달에 큰 도움이 됐다. 이것도 모자라 쇠로 된 아령을 철공소에 들고 가 쇠공 2개로 잘라 만들어서 프로 선수 때까지 식사할 때나 TV 볼 때도 스냅과 어깨 운동을 했었다. 주자를 잡는 송구는 작은 습관에서 갈린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