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간엔 경기만…‘침대축구’ 없앤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3일 05시 45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IFAB는 왜 경기시간을 줄이려고 하나?

볼 데드 상황 제외…전·후반 60분 알차게
심판 시계-전광판 연동 실행 방안도 공개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최근 아주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 ‘플레이 페어(Play Fair)’라는 큰 주제를 발표하면서 축구를 더욱 흥미롭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한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다. 그 중 하나가 경기시간을 전·후반 45분씩에서 30분씩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전·후반 45분씩의 경기시간은 1800년대 후반 현대적 축구가 자리 잡은 이후로 변함이 없었다.

IFAB는 전체 경기시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다. 전·후반을 30분씩만 진행하되, 경기 중간 중간 여러 이유로 멈추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한편 부득이하게 중단될 때는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시간은 늘어난다. 농구처럼 말이다. 농구는 10분씩 4쿼터를 치르지만, 심판의 휘슬이 울리면 시계가 멈춘다. 이 때문에 실제로 한 쿼터에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다.

‘경기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Effective Playing Time·EPT)’는 취지에서다. 선수들이 고의로 경기를 지연하는 행위가 잦아지는 등 최근 축구에서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점차 늘고 있어 추가시간까지 총 95분 정도 경기를 펼쳐도 실제 플레이 시간은 60분대 초반에 불과하다. 60분대가 나오는 경우도 드물다. 수준이 매우 높은 리그에서나 60분대가 기록되고 있다. 이에 IFAB는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체 경기시간을 60분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했다. 그 대신 수시로 경기시간을 멈춰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이 같은 규칙 개정이 이뤄지면, 이른바 ‘침대축구’로 불리는 중동선수들 특유의 ‘넘어져 시간 보내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

IFAB는 구체적 실행 방안도 공개했다. 심판이 지니고 있는 시계와 경기장 전광판의 시계를 연동한다. 심판이 시간을 멈추면 전광판의 시계 역시 멈춘다. 선수교체 때는 물론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져 치료를 받거나 그라운드 밖으로 옮겨질 때까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때도 마찬가지다. 킥을 할 때까지 시계는 멈춘다. 페널티킥 역시 마찬가지다. 골이 터진 직후에도 시계는 정지된다.

가장 특이한 점 하나는 전반전 또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시점이다. ‘볼 데드’ 순간이 돼야만 심판이 휘슬을 불 수 있다. 즉, 선수들이 볼을 갖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30분이 지났어도 심판은 휘슬을 불 수 없다. 이처럼 다양한 실행방법들을 통해 전·후반 30분씩을 알차게 쓰자는 얘기다.

국내프로축구에서도 한때 실제경기시간(Actual playing Time·APT) 늘리기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 또한 허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 APT를 60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60분 캠페인’도 실시했으나 달성하진 못했다. 2016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APT는 59분27초로 집계됐다.

IFAB의 발표 직후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찬성 의견이 더 많다. 표면적으로는 경기시간이 총 30분이나 줄지만, 경기가 끊어졌을 때 시계가 멈추면 전체 경기시간은 오히려 90분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APT가 늘어나면 팬들이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IFAB는 심도 깊은 논의 과정과 테스트를 거쳐 새로운 경기시간의 도입 여부를 내년 3월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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