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에서 영웅으로… 운명 바꾼 ‘인생경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1군 첫날 ‘초구 홈런’ 김태연
1군 첫날 ‘초구 홈런’ 김태연
프로야구는 매일 밤 영웅을 낳는다. 물론 영웅이 될 기회가 땀 흘린 모두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구라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게 야구의 매력이다. 의외의 영웅이 등장할수록 그 매력은 더 치명적이다.

한화 김태연(20)은 정식 선수로 등록된 첫날이었던 21일 넥센전에서 첫 타석 초구에 투런포를 날렸다. 이 한 방으로 김태연은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을 기록한 최초의 타자로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 석 자를 남기게 됐다. 하루 전까지 육성선수 신분이었던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도 단번에 떼어 버렸다.

누구보다 이 소식을 기다렸을 이는 LG 불펜 포수인 그의 형 김태완(22)이다. 대학교 1학년 때 팔꿈치 부상으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형은 동생만큼은 프로에 입단시키기 위해 택배 회사, 고깃집 등에서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했다. 그리고 마침내 동생은 형이 못 다 이룬 꿈을 가장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이뤄줬다.

2군 강등 전날 완투승 문승원
2군 강등 전날 완투승 문승원
SK 문승원(28)이 생애 첫 완투승을 거둔 20일 NC전은 그의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2012년 SK 입단 이래 문승원은 1군에서 한 시즌도 풀타임으로 치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SK 힐만 감독도 이날 등판 이후 문승원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킨 뒤 쉬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승원이 9이닝 1실점(무자책점) 완투승의 괴력투를 던지자 힐만 감독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힐만 감독은 “문승원이 워낙 잘 던졌다. 올 시즌 팀 첫 완투승이기도 했다. 이렇게 강한 모멘텀을 얻은 선수를 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5선발 경쟁에서 낙오됐던 문승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하며 체력훈련에 집중했다. “작년에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싶다. 올 시즌은 풀타임으로 남아있는 게 목표”라는 그는 스스로 만든 기회로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데뷔 첫 안타가 홈런’ 김성윤
‘데뷔 첫 안타가 홈런’ 김성윤
삼성 김성윤(18)은 올 시즌을 앞두고 그저 프로야구 최단신(163cm)으로만 깜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18일 SK전에서 데뷔 첫 안타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투런포로 장식하는 ‘반전 매력’까지 뽐냈다. 사실 대주자, 대수비로 역할이 제한됐던 김성윤은 이전까지 타석에 설 기회가 한 차례뿐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파울 타구에 맞은 김헌곤(29) 대신 일찌감치 방망이를 잡는 행운을 누린 뒤 기다렸다는 듯 대포를 쏘아 올렸다.

“작은 키는 야구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김성윤은 한때 폐교 위기에 놓였던 양산 원동중 출신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이기도 하다. 그가 걸어온 길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불가능,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화 김태연#sk 문승원#삼성 김성윤#인생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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