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26일 김호곤(66) 협회 부회장을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감독의 경질로 공석이 된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선임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2위에 올라있는 한국(4승1무3패·승점 13)은 8월 31일 이란,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마지막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3위 우즈벡(4승4패·승점 12)에 바짝 쫓기고 있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만큼 차기 사령탑 선임이 매우 중요하다.
김 신임 위원장은 조만간 기술위원회 구성을 마친 뒤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선임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선수들과의 소통, 전술적 능력, 감독으로서 이룬 성과(각종 대회 성적) 등 몇 가지 구체적 자격요건을 제시했다. 특히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상을 국내 감독으로 한정했다.
김 위원장은 선수들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선 대화를 통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예선 과정에서 슈틸리케 전 감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분 중 하나가 선수들과의 소통이었다는 점도 염두에 둔 듯한 뉘앙스였다. 김 위원장은 “현직에 있는 감독도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악의 경우 고작 2경기만 치르고 물러나는 감독이 될 수도 있어 현직 감독을 빼오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기술위 소집 이후 구체적 후보군을 마련하는 단계를 밟아야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몇몇 적임자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달 A대표팀에 합류한 정해성(59) 수석코치는 선수들과의 소통에서 후한 점수를 받아온 지도자다. 또 오랜 기간 A대표팀 코치로 일했고,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뿐 아니라 본선까지 치러본 경험도 돋보인다. 2002한·일월드컵 때도 A대표팀 코치였다. 최근 A대표팀에서 생활해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군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도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그 또한 소통에 있어선 장점이 있다.
소통, 성적, 전술적 능력을 모두 겸비한 젊은 국내 지도자들에게도 눈길이 쏠린다. 최근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마친 신태용(47) 감독, 얼마 전까지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최용수(44) 감독 등이다. 모두 현재는 야인이다. 이들은 각급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낸 바 있고, 전술적으로도 검증을 마친 지도자들이다. 이른바 ‘형님 리더십’의 대표주자들로 불릴 만큼 소통 능력도 겸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