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이저리그(MLB)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13일(한국시간) MLB네트워크 전용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42’ 연단에 서서 2017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번의 주인공으로 “로이스 루이스”를 호명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미네소타 트윈스가 당초 5순위 정도로 평가받던 고교생 유격수 루이스를 지명하자 장내는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이어 각 구단 지명 선수들이 호명될 때마다 축제 분위기였다. 주인공과 가족, 관계자들은 마치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친 순간처럼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기도 했다. MLB사무국은 미리 준비한 해당 선수의 자료와 사진, 경기 영상, 인터뷰 영상 등을 행사장 스크린을 통해 틀어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행사장 양 사이드에는 마치 축구 월드컵 조추첨처럼, 라운드별로 구단과 지명선수 이름을 달아주면서 의미를 만들었다. 미국 전역에 있는 팬들은 이 장면을 중계와 뉴스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받았다.
#2. KBO는 26일 오후 4시30분쯤 ‘2018년 KBO 신인 1차지명 선수 명단 발표’라는 제목의 이메일 보도자료를 통해 10개 구단의 신인 1차지명 선수를 발표했다. 다른 어떤 설명도 없이 ‘구단, 선수명, 학교명, 생년월일, 위치(포지션), 투타’ 7개 항목을 적어 놓은 한 장의 표만 달랑 첨부돼 있었다.
KBO는 신인드래프트를 2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매년 10개 구단 회의를 통해 날짜를 정하는데, 올해는 6월26일 1차지명에 이어 9월11일 2차지명을 하기로 했다.
문제는 1차지명이 너무 홀대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2차지명회의는 TV생중계까지 하면서 팬들의 관심을 고조시킨다. 2차지명 행사에 1차지명 선수를 초대하지만,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새롭게 선택받은 2차지명 선수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일본프로야구(NPB)만 하더라도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하면서 각 구단 감독이 직접 행사장에 참석해 1차지명 선수에게 유니폼을 입혀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선수는 그 자체로 감동이며 영광이다. 미디어도 이에 스토리를 입혀 크게 다룬다.
KBO도 이제 신인 1차지명을 일년 농사 중 하나의 중요 이벤트로 만들 필요가 있다. 1·2차지명을 통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구단 이해관계에 따라 굳이 1·2차지명 날짜를 지금처럼 달리 하더라도, 고민해보면 이벤트로 포장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커미셔너(총재)가 KBO(혹은 호텔) 등 특별히 마련한 행사장에서 각 구단 1차지명 선수 명단을 하나씩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고취시킬 수 있다. 이어 각 구단 단장들이 차례대로 나서서 ‘우리 구단은 왜 이 선수를 1차지명했는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날 하루는 화제를 완전히 KBO 신인 1차지명으로 몰아갈 수 있다.
지금처럼 긴장감이나 감흥이 떨어지는 1차지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1차지명이 2차지명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기형적인 구조는 개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