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1초의 찰나에 한 번, 야속한 바람에 다시 한 번. 연거푸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은 개의치 않았다. 결국 그는 이틀 전 뒷바람 탓에 공인기록이 무산됐던 기록인 10초07을 보란 듯이 다시 뛰어냈다. 한때 34년이 걸렸던 한국 100m 신기록 경신을 이틀 만에 다시 해낸 김국영은 당당하게 지난 레이스를 돌아봤다. 》
―25일 바람으로 10초07 기록을 날린 뒤 느낀 솔직한 심정은….
“머릿속에서 딱 지웠어요. 원래 올 시즌 계획이 25일 경기를 최종 점검 삼아 뛰고 코리아오픈 때 한국기록 경신하는 것이었거든요. 어차피 몸을 이번 대회에 맞췄기 때문에 자신 있게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25일 대회에서 하루에 100m 세 차례(예선, 준결선, 결선) 뛴 게 몸에 부담이 됐을 법한데….
“사실 (준결선 때) 10초13으로 한국기록 깨고 나서 결선은 안 뛰려고 했어요. 그런데 (세계선수권) 기준기록에 0.01초 차니까 아쉬워서 뛰었어요. 아무래도 이틀 전에 100m 세 번을 뛰었으니 더 집중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예선 때부터 몸이 좋았어요. 피로감도 전혀 없었고요. 처음에 출발할 때 스타팅 블록이 조금 뒤로 밀렸는데도 10초22가 나오기에 결선에서 기록을 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넓힌 스트라이드는 어떤지….
“느낌이 시원시원해요. 그래도 아직 자세가 100% 완성 단계는 아니라 어색해요. 큰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디테일까지 계속 반복해야 돼요.”
―기준기록을 넘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었는지….
“사실 기준기록 부담은 둘째였어요. 이틀 전에 한국기록 깼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오늘은 (취재진이) 장난 아니었어요. 너무 많이들 오셔서(웃음).”
―한국기록 경신 주기가 5년, 2년, 이틀까지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그러게요. 자만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되기도 하고요. 국제대회에서 잘하는 게 최종 목표니까요.”
―광주(소속팀 훈련장)에서 스타팅 블록을 공수해 왔다고 들었는데….
“처음에 뛰어보니 스타팅 블록이 계속 뒤로 밀리더라고요. 불안해서 블록 박는 못을 광주에서 쓰던 12mm짜리 긴 걸로 바꿨어요. 후배가 갖다 줬는데 25일에 한국기록 깼을 때도 후배가 ‘내 덕’이라고 생색 엄청 냈어요(웃음).”
―올 시즌엔 친구가 직접 마사지도 해준다고….
“중학교 동창이 트레이너예요. 올해 5월부터 감독님이 붙여 주셨어요. 친구가 제 몸에 대해 공부를 정말 많이 해요. 덕분에 대회마다 룸메이트로 지내면서 회복훈련이나 영양, 마사지까지 다 맡아서 해주고 있어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런던까지 같이 가고 싶어요.”
―베이징 선수권, 리우 올림픽 실패가 약이 됐는지….
“작년과 재작년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더 이를 갈고 준비했어요. 스스로 실망이 컸고 이번 세계선수권에 다시 출전권을 획득해 나가고 싶은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딱 오늘까지만 좋아하고 다시 이 갈면서 당장 내일부터 스케줄 짜면서 세계선수권에 맞춰 준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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