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없이 ‘교과서적인’ 축구만 한다고 깔봤던 일본 축구가 J리그의 성장을 발판으로 어느새 한국 축구를 무섭게 넘어설 때만 해도 한국 남자 농구만큼은 절대 일본이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자신감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미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경기력이 일본의 압도적 우위로 역전이 됐듯 이제 남자농구도 큰소리칠 수 없게 됐다. 2019년 농구 월드컵,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내다보고 착실히 세계 농구 강국과의 수준 차를 줄이려는 일본의 적극적인 대표팀 운영과 지원을 보면 우리의 처지가 너무 초라하다.
이번 달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비록 3위를 했지만 당시 한국과 중국을 꺾었던 일본 남자 대표팀은 5월 선임된 아르헨티나 출신 훌리오 라마스 감독이 다음 달 1일부터 지휘봉을 잡는다. 2010년부터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라마스 감독은 마누 지노빌리 등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뛴 선수들과 함께 2012년 런던 올림픽 4위 등을 이끈 명장이다.
23일 일본농구협회(JBA)의 발표는 더 놀라웠다. 이날 히가시노 JBA 기술위원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라마스 감독의 합류 날짜와 감독을 보좌할 새 코치진을 발표하고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레바논·8월 8∼20일)을 대비해 7월 29일부터 8월 5일까지 일본 대표팀이 스페인에서 전지훈련을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JBA는 미국에 이어 세계 랭킹 2위인 스페인 대표팀 또는 현지 프로팀과 평가전을 갖기 위해 스페인을 전지 훈련지로 택했다. 아시아컵이 열리는 레바논과 시차가 1시간 이내라는 점도 고려했다. JBA는 7월 3일부터 2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되는 5∼8차 강화 훈련 계획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세계무대를 향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움직임은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해 선임된 허재 대표팀 감독은 선수 구성부터 연습 상대를 고르기까지 협회의 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군분투 중이다. 전력 보강을 위해 추진했던 외국인 선수 귀화는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됐다. 아시아컵을 앞두고 경기력을 극대화해야 될 남자 농구 대표팀은 다음 달 중순 아시아권 친선대회나 다름없는 대만 윌리엄 존스컵에 출전한다. 일본은 어떻게든 세계 농구 강국에 도전하며 그 격차를 줄이려고 집중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 남자 농구는 언제까지 우물 안에 머물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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