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에선 때때로 최정상급 호적수들이 한 자리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6월 24일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 육상선수권 남자 100m가 그랬다.
100m 일본 기록은 1998년 이토 오코 고지(伊東浩司)의 10초00. 일본 육상계에선 누가 첫 9초대를 기록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레이스에서는 그 가능성이 있는 남성 5명의 이름이 거론됐다.
4년 전 고교 3학년 때 10초01을 기록했던 대학생 키류 요시히데(桐生祥秀)와 지난해 10초03을 낸 실업단의 야마가타 료타(山縣亮太), 2주 전 대학 대회에서 초속 4.5m의 바람을 타고 9초 94(비공인)를 기록한 타다 슈헤이(多田修平), 그리고 이번 대회 예선에서 10초06으로 화제가 된 18세의 사니 브라운 하킴, 역시 예선에서 10초08을 기록한 실업단의 케임브리지 아스카(飛鳥)가 그 주인공이었다.
결승은 굵은 비가 내렸다. 잠시 후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렸다. 승자는 사니 브라운이었다. 기록은 10초05. 그는 8월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선수권 대표를 예약했다. 꿈의 9초대는 후일로 미뤄졌다. 그는 “(100m를) 9초대에 달린다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 시작이 좋으면 9초대에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언젠가는 기록 경신을 해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사니브라운은 가나인 아버지를 둔 혼혈 선수다. 일본인 어머니는 육상 선수였다. 그는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사립고를 다니며 2015년 세계 청소년 육상선수권에서 100m와 200m를 제패했다.
그는 올해 가을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 진학한다. 운동 환경이 좋은 연습 거점을 찾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미래에 하고 싶은 스포츠 매니지먼트 공부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운동 외에 가정교사를 붙여 학업과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미국 대학을 골랐다고 한다.
글로벌(세계)화가 확산되면서 국제결혼은 흔한 일이 됐다. 요즘 일본 스포츠계는 외국인의 피를 받은 일본 선수가 많이 나오고 있다. 100m 3위에 오른 케임브리지 아스카는 자메이카인 아버지를 뒀고 2세 때부터 오사카에서 자랐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400m 계주에서 일본의 은메달에 기여했다.
리우 올림픽 일본 남자 축구 대표팀에도 자메이카인 아버지를 둔 스즈키 무사시(鈴木武藏)가 있었다. 지금 메이저리그 텍사스에서 활동 중인 투수 다르빗슈 유도 아버지가 이란인이다.
미국의 스프린터(육상선수)의 유전자를 해석하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경우 부친이 아프리카계, 모친이 비 아프리카계이면서 흑인 혼혈이었다는 연구가 있다. 같은 민족끼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보다 혼혈인 아이가 다른 유전자 배열의 조합으로 다양성이 확산되면서 뛰어난 능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런 유능한 선수가 일본에서 속속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단일민족이 갖기 쉬운 배타성, 폐쇄성을 깨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반드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 나카고지 토루는?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스포츠부 편집 위원. 1968년생. 대학시절까지 축구 선수였다. 입사 후에도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아사히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한국 측을 담당했다. 현재는 스포츠에 얽힌 폭력이나 사고, 그리고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지 등을 폭넓게 취재하고 있다.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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