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간부 성추행 사건 다시 수면 위로 피해자 “참으려 했지만…” 경찰에 고소 니표도바 코치 동행 거부 등 잇단 논란
대한체조협회(회장 한찬건·포스코건설 사장)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동안 잊혀진 듯하던 리듬체조 지도자 A에 대한 협회 전직 고위간부 B의 ‘성추행 사건’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체육회 리듬체조 전임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A가 5월 19일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에 B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년간 B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A를 비롯한 여성 지도자들을 성추행했다는 탄원서가 대한체육회에 접수되면서 내부감사가 진행됐고, B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B는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공무원 신분을 유지했고, 지역체조협회 고위직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에 추대됐다. 탄원이 빗발친 것은 당연지사. 대한체육회는 결국 B의 대한체조협회 부회장 인준을 거부했다. 그러나 B는 이 결정에 반발하며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다.
대한체육회 변호인의 요청으로 4월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A는 자신과 ‘연인관계’, ‘내연관계’라고 주장하는 B의 행동에 놀라 정식으로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3년 전에도 B를 고소하려던 A는 지난달 30일 스포츠동아와 만나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3차례 경찰서를 찾아 진술했다”고 말했다. 고소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사건이 너무 커져 B가 직장을 잃도록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참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최악의 성과에 그친 것도 부족해 뼈를 깎는 자성이 아니라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고,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를 요직에 앉히려던 대한체조협회의 파행은 또 있다. 올해 2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을 모두 1위로 마친 김채운(16·세종고)의 첫 시니어국제대회인 제20회 월드게임(20일 개막·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담 지도자 옐레나 니표도바(43·러시아) 코치의 동행을 끝내 거부한 것이다. 김채운은 지난해 12월부터 ‘손연재의 스승’이었던 니표도바 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스포츠동아의 관련 보도 이후 대한체조협회는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국가대표 코치 동행’이란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많은 체조인들은 국가대표 코치가 대표선수와 동행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나, 선수-전담코치로 팀을 짜 메이저대회를 소화하는 리듬체조 강국들과는 다른 방향을 고집하는 대한체조협회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직도 요원한 대한체조협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