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농구는 국제무대에 출전할 때면 늘 선수들의 기량을 떠나 신장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한 시절을 풍미한 앨런 아이버슨(42)은 ‘신장보다 중요한 것은 심장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한국남자농구는 아시아무대에서조차 높이의 우위를 점한 적이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센터 포지션의 높이는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 됐으나, 가드와 슈터 포지션에선 아쉬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 포지션의 장신화’는 한국남자농구의 숙원이다.
허재(52) 감독이 이끌고 있는 남자농구대표팀은 8월 8일부터 20일까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 출전한다. 이에 앞서 7월 15일부터 23일까지는 대만에서 펼쳐지는 윌리엄존스컵에 나선다. 남자농구대표팀은 존스컵에서 ‘장신 라인업’을 테스트한다.
장신 라인업을 꾸릴 토대는 마련됐다. 가드 이대성(190cm), 슈터 전준범(195cm·이상 모비스), 임동섭(198cm·국군체육부대) 등 같은 포지션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하는 선수들이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허 감독은 “존스컵에서 선수조합을 다양하게 꾸려보려고 한다. 장신 라인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을 보좌하고 있는 김상식(49) 코치는 “점진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흐름에서 가드, 슈터 포지션에서 신장이 좋은 자원이 나왔다. 이대성은 아직 풀타임 포인트가드로 세우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지난달 일본대회(동아시안컵)에서 수비와 득점에선 장점이 있음을 확인했다. 전준범도 장신 슈터로서 활용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동섭은 1990년대였으면 센터를 봤을 신장의 선수인데, 슛이 좋고 돌파력도 있다.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한 단계 기량이 더 무르익는다면 정말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기대가 크다”며 존스컵에서 이들이 가능성을 입증해주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