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32·강원)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며 노장의 가치를 빛내고 있다. 강원은 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대구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 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겼다. 1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부터 1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까지 5연승을 거둔 뒤 15∼17라운드에선 1무2패로 주춤했던 강원은 모처럼 귀중한 승점 3점을 획득했다. 8승5무5패, 승점 29로 다시 상위권 싸움에 불을 지폈다. 교체 투입돼 후반 37분 결승골을 터트린 문창진이 대구전 승리의 주역이었지만, 그보다 더 빛난 이는 90분 내내 팀의 공격을 이끈 베테랑 이근호였다.
이근호는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과 스피드를 앞세워 대구 진영을 휘저었다. 문창진의 결승골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이근호는 왼쪽을 돌파하며 공간을 만들었고, 이를 받은 김승용이 문창진에게 연결했다. 쇄도하던 문창진의 깔끔한 마무리 능력도 돋보였지만, 공간을 활용한 이근호의 완숙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골이다.
팀의 간판 공격수 역할을 해줘야 할 정조국이 올 시즌 들어 벌써 3번째 부상을 입고 전열을 이탈한 가운데 고군분투하는 이근호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올 시즌 클래식(1부리그) 18경기에 모두 선발출장한 그는 5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18경기 중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은 경우는 겨우 1번뿐이었다. A매치 2연전 출장 후 대표팀에서 돌아온 뒤 첫 출전이었던 6월 18일 제주와의 홈경기 때였다. 당시 강원 최윤겸 감독은 이근호의 피로를 고려해 휴식 또는 후반 교체출장을 권했지만, 이근호는 “뛸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그는 후반 34분에야 교체 아웃됐다.
평소 양쪽 날개로 주로 뛰는 이근호는 정조국의 이탈로 대구전에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등 멀티 플레이어로서도 벤치의 큰 믿음을 사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정조국이 빠진 상태에서 이근호까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이 정도 성적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점이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승격팀’ 강원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란 원대한 목표를 공개하며 대대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했다. ‘폭풍영입’의 첫 번째 주자가 이근호였다. ‘영입 1호’의 책임감 때문일까. 이근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의 ‘믿는 구석’다운 역할을 하며 베테랑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