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금전거래, KBO는 왜 공개징계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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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7월 3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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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한 구단 관계자와 A심판 간 금품수수를 최초 파악한 시점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매체의 보도로 구단 관계자와 심판원의 금전거래가 처음 알려졌고, KBO 역시 이때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KBO는 당사자인 A심판과 면담, 자체조사 등을 통해 해당 구단과 시점을 명확하게 인지했다. 그러나 사건 전후과정을 상세히 알려야할 KBO는 올해 3월28일 상벌위원회 결과를 비공개로 처리했고, 결국 진실은 수개월이 넘도록 어둠 속에 묻히고 말았다. KBO는 왜 ‘비공개 징계’라는 악수(惡手)를 두었을까.

● 지난해 8월 파악하고도 수개월 걸린 KBO 대응

8월 첫 보도 며칠 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A심판이었다. 정 센터장은 “모르는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기에 받았더니 A심판이었다. 급히 얼굴을 보자고 해 그의 거처인 인천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A심판은 2013년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한 구단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대가성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특히 승부조작은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고 당시 대화를 떠올렸다. 개인 휴대전화조차 없는 생활고 속에서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선·후배, 동료 심판원들을 생각해 A심판 자신이 직접 사태에 대해 해명해야겠다는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는 정 센터장의 증언이다.

A심판과 만남에서 금품거래를 확인한 KBO는 구단과 심판원을 상대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여기서 두산 김승영 사장과 A심판과 금전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즉각적인 대처엔 오랜 시일이 걸렸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 말은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진 뒤였다. KBO로선 승부조작 사태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시점이었고, 이후 A심판과 연락마저 두절돼 조사에 어려움이 생겨 경과가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 관계자 간 금전거래는 명백한 KBO 규약 위반

논란에 휩싸인 KBO는 2일 해명자료를 통해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우선, 조사위원회가 A심판이 출장한 경기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마친 결과 승부 개입에 대한 어떠한 혐의점도 발견할 수 없었고, A심판이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복수의 야구계 지인들에게 금전거래를 한 소문과 정황이 있었기에 해당 구단 관계자 역시 그 일부의 피해자일 수 있어 개인의 입장을 고려한 후 법적인 해석을 거쳐 비공개 엄중경고 조치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응책에 지나지 않는다. KBO리그 관계자들 간의 금전거래는 엄연한 규약 위반이기 때문이다. KBO 규약은 리그 관계자들의 금전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제15장 ‘이해관계의 금지’에 관한 항목 중 제155조는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반에 따른 제재에 대해선 제175조가 “총재는 이 장의 규정을 위반한 리그 관계자에게 정상에 따라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 시점은 포스트시즌이라는 한 해 농사가 걸린 시기였다. 개인의 명예를 우선했다는 KBO는 리그의 위상은 고려하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대가성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KBO가 조사 결과를 명명백백하게 알려야했던 이유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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